이 기사는 02월 03일 14:44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대체투자 전문 자산운용사 코람코자산운용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전직 고위직 인사를 전주사무소장으로 영입해 국민연금과의 소통 강화에 나섰다. 그동안 상징적인 공간으로 머물러온 전주사무소를 실제 협업 채널로 활용하겠다는 취지다. 김성주 국민연금 이사장이 금융기관 및 자산운용사의 전주 거점 확대를 강조하는 가운데 운용업계에서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코람코자산운용은 작년 6월 퇴직한 황정규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지원부문장을 전주사무소장(고문)으로 최근 임명했다. 황 신임 소장은 전주사무소에 상주하며 기금운용본부와의 대관 업무와 소통 채널을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전주사무소를 함께 운영할 추가 인력을 채용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연금과 거래하고 있는 국내외 자산운용사 가운데 전주에 사무소를 둔 곳은 열 곳 안팎이다. 이 중 기금운용본부 핵심 보직을 거친 고위직 출신을 책임자로 배치한 것은 코람코자산운용이 처음이다. 황 소장은 국민연금의 정책 기조와 실무 니즈를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코람코자산운용의 딜 소싱 및 운용 현황을 조율하는 가교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람코자산운용은 지난해 1월 국내 자산운용사 중 처음으로 전북 전주에 별도 사무소를 설치하며 전주 거점을 선제적으로 마련했다. 지난달 운용 자산 1500조원을 돌파한 국민연금과의 협력 강화를 염두에 둔 조치였다. 코람코자산운용은 국민연금과 굵직한 프로젝트를 함께해 온 대표적인 국내 위탁운용사로 꼽힌다. 2006년 ‘코크렙NPS 1호 리츠’에 약 7800억원을 출자받았으며 최근에는 서울 광화문 ‘더 익스체인지 서울’ 재개발과 관련해 250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이번 인사는 양측 협업의 접점을 전주 현장으로 더 촘촘히 가져가려는 행보로 읽힌다.
앞서 황 소장은 지난해 1월 열린 코람코자산운용 전주사무소 개소식 당시 기금운용본부 지원부문장 자격으로 참석하기도 했다. 지원부문장은 기금운용본부의 인사·예산·행정 등 운영 전반을 총괄하는 자리로, 조직 내부의 의사결정 흐름과 실무 구조를 폭넓게 파악하는 보직으로 평가된다. 업계에서는 코람코자산운용이 전주사무소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국민연금 조직에 정통한 인사를 전면에 내세운 것으로 보고 있다.
이지스자산운용도 지난달 1일 국민연금공단이 있는 전주시 만성동에 별도 사무소를 열고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국내 운용사 가운데 코람코자산운용에 이어 두 번째로 전주 사무소를 열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국민연금이 출자한 자금을 바탕으로 단기간에 국내 1위 대체투자 전문 자산운용사로 성장했다. 이번에 전주에 물리적 거점을 확보해 국민연금과의 접점을 넓힐 구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사무소를 리서치 자료 공유, 시장 전망 세미나 등 대면 소통 창구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다른 운용사들의 전주 사무소 개설 검토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와 국민연금 모두 전주를 금융 중심지로 육성하겠다는 메시지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이제 전주 사무소는 상징적 공간이 아니라, 국민연금과의 관계 설정과 네트워크 경쟁력을 가늠하는 현장 채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 12월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으로 재임명된 김성주 이사장의 행보가 이런 흐름에 힘을 싣고 있다. 전주 지역구 의원 출신인 김 이사장은 2017년 취임 후 2019년 12월 총선 출마를 위해 사임하기 전까지 스테이트스트리트은행(SSBT)과 BNY멜론 등 글로벌 수탁은행의 전주 사무소 유치를 처음 성사시킨 주역으로 꼽힌다. 다시 지휘봉을 잡은 김 이사장이 이번에도 ‘전주를 글로벌 금융 도시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내놓은 만큼 시장에서는 국내 운용사들의 전주 진출 및 현지화 경쟁이 한층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서울에서 대부분 운용 업무를 보는 자산운용사들이 국민연금만을 바라보고 신규 사무소를 내는 데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IB 업계 관계자는 "확실한 인센티브 없이 등 떠밀리듯 전주사무소를 내면 비효율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