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의 그늘 중 하나가 빈집 문제다. 고령화가 심각해질수록 제대로 관리가 안 된 채 방치되는 주택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빈집 증가는 다양한 문제를 수반한다. 장시간 방치된 빈집은 안전사고 우려가 커지고, 범죄에 활용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대가 슬럼화돼 사람들이 떠나면,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고령자의 주거 환경이 더욱 나빠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빈집 수와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의 상관계수는 0.79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에 가까울수록 밀접한 상관관계를 지닌다는 뜻이다. 국가데이터처 등에 따르면 국내에서 고령인구 비율이 가장 높은 전남(27.2%)은 10만명당 빈집 수(1118가구)도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전북(10만명당 1053가구), 경북(612가구), 경남(489가구) 등 지역도 빈집 비율이 높았다.
한국보다 먼저 고령화·빈집 문제에 직면한 일본은 다양한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 하나금융연구소가 지난달 펴낸 ‘해외 사례로 살펴보는 빈집 문제 대응 방안’ 리포트에 따르면 일본은 2014년 ‘빈집 등 대책 추진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제정해 빈집을 관리하고 있다. 빈집을 ‘임대용이나 현재 공실인 주택’, ‘매물이나 현재 사용하지 않는 주택’, ‘세컨드 하우스’, ‘그 외 빈집’ 등 4가지로 구분한 뒤 그 외 빈집을 집중 관리하고 있다.
일본은 관리된 빈집에 대해 재산세 할인, 양도세 공제 등 혜택을 주고 있다. 반면 방치될 경우 혜택을 철회하거나 과태료 부과·강제 철거 등의 패널티를 부여한다. 일본 정부는 소유자의 빈집 처분(임대 또는 매각)을 지원하기 위해 민간 부동산 중개회사와 협업해 ‘빈집 은행’을 운영 중이다. 또한 빈집을 단기 숙박시설이나 공유주택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빈집 리모델링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낡은 집을 일정 기준에 맞게 리모델링한 뒤 재판매하는 ‘안심R주택’ 사업을 추진 중이다. 예컨대 오사카 지역 건설사인 쿠지라건설은 2017년에 구도심인 후세역 인근 빈집을 리모델링해 호텔로 운영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숙박객들이 자연스럽게 주위 상가를 이용하게 돼 빈집 재활용과 지역 경제와의 상생 등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럽 국가도 다양한 빈집 관리 정책을 펼치고 있다. 영국은 도시의 빈집을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걸 빈집 정책의 목표로 삼고 있다. 프랑스는 주택이 부족한 지역에서 빈집을 가진 소유자한테 ‘빈집 보유세’를 부과한다. 네덜란드는 도시의 빈집을 저렴하게 매입하는 대신 매입자에게 수리와 실거주 의무를 부과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시골에 방치된 빈집을 재활용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추구한다.

이탈리아 무소멜리시는 성공 사례로 평가받는다. 1유로만 내면 시골의 빈집을 구입할 수 있다. 무소멜리시는 빈집의 권리관계를 정리하고 행정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외지인이 노후 빈집을 살 때 나타날 수 있는 행정적 장벽을 최대한 제거한다. 그 결과 무소멜리시에서 빈집 500여가구가 매각됐다. 관광객 수는 10배 이상 늘었고, 인구 감소도 멈췄다.
한국 정부는 2024년에 처음으로 빈집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작년 5월 ‘범정부 빈집 관리 종합계획’을 발표하며, 뒤늦게나마 빈집 관리에 뛰어들었다. 하나금융연구소 측은 “민간과의 적극적 협력 없이 빈집을 자원으로 활용하는 건 어렵다”며 “지방자치단체 등의 정책 태도에 따라 실행이 지연되거나 실패로 귀결되는 경우가 다수 있는 만큼, 보다 유연한 지자체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65세 인구가 전 국민의 20%를 웃도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습니다. 은퇴한 시니어 세대에게 건강과 주거가 핵심 이슈입니다. ‘집 100세 시대’는 노후를 안락하고 안전하게 보낼 수 있는 주택 솔루션을 탐구합니다. 매주 목요일 집코노미 플랫폼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