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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중단하기로 미국과 합의했다. 지난해 예상과 달리 올초 원유 시장에서 공급 과잉 문제가 크게 부각되지 않은 가운데 글로벌 원유 수급 구조가 재편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에 인도에 대한 상호관세를 25%에서 18%로 인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신 인도는 러시아산 석유 구매를 중단하고, 미국과 베네수엘라로부터 원유 구매를 확대할 예정이다.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인도는 러시아 해상 원유의 최대 수입국 중 하나로 부상했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하며 우크라이나 전쟁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고 비판해온 이유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인도와의 무역 합의를 통해 러시아에 대한 경제적 압박을 더 강화할 방침이다.
최근 인도는 미국의 제재로 인해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점진적으로 줄여왔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러시아산 원유의 인도 항만 선적량은 3년여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달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구매량은 하루 약 120만배럴 수준이었다. 3월에는 80만배럴까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인도의 러시아산 석유 구매분을 미국과 베네수엘라산 석유로 대체하겠다는 구상이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행정부가 이번 무역 협정을 통해 베네수엘라 석유 산업을 되살리려 한다”고 짚었다.
다만 인도가 미국과 베네수엘라를 러시아의 대체 시장으로 삼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베네수엘라의 원유 생산량이 하루 약 90만배럴 수준으로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생산량을 회복하기까지는 적어도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니콜라스 마두로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와 원유 봉쇄 해제 이후 지난 1월 베네수엘라의 원유 수출은 하루 약 80만배럴로 늘었다. 이는 지난해 12월 수출량(약 48만8000배럴)에서 크게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로이터통신은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PDVSA)와 트레이더가 수백만 배럴에 달하는 재고를 소진하고 감산을 되돌리기 위해서는 수출 증가세가 더 지속돼야 한다”고 했다.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도 인해 인도가 미국 원유 수입을 늘리기도 쉽지 않다는 평가다. 지난해 인도의 미국산 원유 수입량은 하루 약 32만배럴로 약 75억달러 규모에 해당한다. 반면 러시아산 원유는 브렌트유 기준 20달러 이상 낮은 가격에 거래돼왔다.
시장에서는 인도가 러시아 대신 다른 지역의 원유 구매를 늘릴 경우 원유 공급 과잉 우려가 일부 해소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제재 대상인 러시아산 원유가 해상에 쌓이고 있고 중국이 초과 물량의 상당 부분을 흡수하면서 공급 과잉 현상이 예상보다 시장에 드러나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인도 국영 정유사인 바라트 페트롤리엄은 중동산 원유 장기 도입 물량 확보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전문가들은 당분간 유가는 미국과 이란 갈등 등 지정학적 움직임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기본적인 수급 전망을 근본적으로 바꿀 만한 이유는 많지 않지만, 지정학적 리스크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OECD 핵심 가격 산정 지역에서는 재고가 거의 늘지 않았고, 그 결과 공급 과잉이 가져올 약세 효과의 상당 부분이 가려졌다”고 말했다.
한명현 기자 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