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간 국내 투자 수익률 80%, 전체 수익률 18.6%. 누구의 투자 성적표일까요? 바로 지난 37년간 기금운용으로 무려 737조7000억원의 수익을 올린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입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달 26일 '2026년 1회 기금운용위원회'를 개최하고 "(정확한 수익률은) 오는 2월에 최종 확정되겠지만, 2025년 국민연금의 수익률은 역대 최고인 18.6%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습니다. 2024년 15%의 수익률을 기록한 데 이어 또다시 역대 최고 수익률을 갱신하는 겁니다.
높은 수익률의 배경에 대해 정 장관은 "국내 투자에서 80% 이상의 수익률을 거뒀고, 해외에서도 20% 이상의 수익률을 달성한 결과"라고 말했습니다. 2025년 기금 규모는 전년 대비 241조원 늘어난 1454조원으로 내다봤습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명실상부 국내 최대·최고의 투자기관으로 꼽힙니다. 본사가 2017년 서울에서 전주로 이동한 뒤 인력 유출 등의 이슈가 매년 반복되고 있지만서도 여전히 세계 최대 사모펀드(PEF) 운용사 칼라일, 세계적 금융 명가 스웨덴 발렌베리 가문의 사모펀드 EQT파트너스 등 유수의 기관들이 국민연금과 투자 정보를 교류하고, 자금을 위탁 받아 운용하는 중입니다.
국민연금은 운용 자산 규모가 세계 3위인 ‘큰 손’입니다. 그만큼 국민연금의 자산이 어디로 어떻게 움직이는지는 금융업계의 초미의 관심사입니다. 게다가 국민연금이 투자한 곳이라면 어느정도 검증된 의미라는 뜻도 되는데요. 국민연금은 현재 어떤 포트폴리오로 1400조원이 넘는 기금을 굴리고 있을까요?
우선 국민연금의 포트폴리오는 짧은 기간 안에 '대박'을 노리는 투자자들보다는,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률을 확보하려는 퇴직연금 투자자들이 참고할 만합니다. 기본적으로 국민연금은 젊은 시절 30~40년간 보험료를 낸 국민들이 은퇴 후 사망할 때까지 안정적으로 연금을 받으며 살 수 있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만큼, 기금 운용에서 수익성뿐만 아니라 '안전성'을 중시하기 떄문입니다.

2025년 11월 기준 국민연금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돈이 555조원으로 전체의 38.2%를 차지합니다. 그 뒤를 △국내채권 309조7000억원(21.5%) △국내주식 244조8000억원(17%) △대체투자 228조6000억원(15.9%)에 투자하는 식입니다. 대체투자 중에서는 해외투자가 203조6090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국내주식 포트폴리오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정보기술(IT) 28.7% △산업 22.1% △금융 12.1% 식입니다. 해외주식 역시 IT 비중이 26.6%로 가장 높고 그 뒤를 금융, 임의소비재 등이 잇고 있습니다.
다만 지난달 기금운용위에서 정부는 올해 해외주식 투자 목표 비중을 당초 계획인 38.9%에서 37.2%로 조정했습니다. 국내주식 목표 비중은 당초 계획인 14.4%에서 14.9%로 확대했죠. 특히 국민연금은 주가가 올라 국내 주식 보유액이 목표 비중을 넘기더라도 '리밸런싱'을 한시적으로 유예하기로 했습니다. 리밸런싱이란 전략적 자산배분(SAA) 허용범위(±3%포인트)를 벗어날 경우 자동으로 매도하는 것을 뜻하는데, 이를 유예한다는 뜻입니다.
기금위는 기금 규모가 빠르게 확대돼 리밸런싱 시행 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커진 점, 최근 국내 주식시장 및 외환시장이 단기간 크게 변화해 시장 상황에 대한 명확한 평가와 적정한 SAA 허용 범위 결정이 어려운 상황 등이 고려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외 국내 채권 비중은 24.9%로 1.2%포인트 높아졌습니다.

국민연금 해외 투자의 주력인 해외 주식에서 지역적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단연 북미(70.5%) 지역입니다. 유럽(14%), 아시아태평양(8.5%) 등에 비하면 상당히 많은 투자액이 북미 지역에 집행되고 있죠.
지금까지 이어져 온 국민연금의 북미 '집중투자' 전략에도 조만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신임 이사장이 새로운 해외사무소를 선진국이 아닌 신흥국에 짓겠다고 밝히면서인데요. 김 이사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기금운용 인력을 늘리고 신흥국에 5번째 해외사무소를 개설해 수익률을 높이겠다"고 말했습니다.
국민연금의 안정적 수익이 '쌀 때 사고 비싸지면 판다'는 원칙을 지킨 데서 비롯된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현재 국민연금은 5년 단위 중장기 전략적자산배분(SAA)과 1년 단위 전술적자산배분(TAA)의 2단계 자산배분체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일시적으로 주가가 급등락하면서 자산군별 목표 비중을 벗어날 수 있기에 국민연금은 자산별로 허용범위를 두고 그 안에 있을 땐 목표 비중으로 간주합니다. 앞서 말한 SAA에 이어 TAA 허용범위까지 2%포인트가 있어 최대 5%포인트까지도 운용의 유연성을 두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금은 국내 시장이 너무 좋지만, 만약 상황이 급변해 국내장이 다른 시장에 비해 폭락해 전체 운용 자금 중 국내 주식 비중이 10% 수준으로 떨어지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이럴 경우 국민연금은 기계적으로 최소 11.9% 수준까지 국내주식 순매수에 들어가게 됩니다.
다만 앞서 말했듯이, 지금은 국내 시장이 좋은 상황이기 때문에 리밸런싱을 한시적으로 유예하고 국내주식 수익률을 좀더 높이겠다는 취지로 풀이됩니다.
국민연금의 대체투자 자산을 통해서는 최근 대형 기관 투자자들이 관심을 갖는 분야가 어느 쪽인지 가늠해볼 수 있습니다. 기존 사모펀드, 부동산 자산(상업용 빌딩), 도로, 공항 등 인프라 자산 투자에 주력하던 국민연금은 운용 자산이 불어나면서 지속적으로 다양한 대체투자 자산을 포트폴리오에 추가하고 있습니다.
운용사(GP) 지분 인수, 사모대출(PD), 산림 등으로 대체투자 자산군을 확대하고 최근엔 천연자원과 에너지, 세컨더리 크레딧 등으로 관심의 폭을 넓히고 있습니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도 중시하는 기관인 만큼 국민연금의 ESG 투자 관련 정책을 눈여겨 보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