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2월 22일 찾은 미국 조지아주 카터즈빌의 한화큐셀 공장은 올 하반기 본격 가동을 앞두고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었다. 자재를 한가득 실은 지게차는 수시로 공장 안팎을 드나들었고, 작업자들은 각종 중장비를 활용해 공장 주변 도로 등을 포장했다.
여의도 면적의 절반(130만㎡)에 달하는 이 공장은 태양광 패널부터 완제품 조립까지 원스톱 생산이 가능한 미국 내 유일한 ‘잉곳-웨이퍼-셀·모듈 통합 공장’이자 세계 최대 규모 태양광 공장이다. 공장 한쪽 끝에서 맞은편 끝까지 닿는 데 전동 카트로 15분을 달려야 할 정도로 엄청한 크기를 자랑한다. 태양광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 태양광 소재를 생산하는 몇 안 되는 시설인 덕분에 관세를 아낄 수 있을 뿐 아니라 보조금도 받을 수 있다”며 “미국 1위 에너지 사업자인 테슬라와의 가격 경쟁에서 밀리지 않는 구조”라고 말했다.
◇밸류체인 통째로 옮긴 한화의 승부수
76조원에 달하는 미국 태양광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한화의 수직계열화 프로젝트가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태양광 셀과 모듈만 생산하던 한화가 25억달러(약 3조6500억원)를 투자해 종합 태양광 소재 회사로 변신하는 것이다. 여기에 태양광발전과 에너지저장장치(ESS)단지를 조성하는 설계·조달·시공(EPC) 분야로 확장해 이 분야 1위인 테슬라에 도전한다.카터즈빌 공장은 모든 생산 시설이 연결된 ‘통구조’로 지어졌다. 태양광 소재인 잉곳을 생산하면 공장 안에 설치한 컨베이어벨트와 무인운반로봇(AGV)이 웨이퍼 공정으로 바로 옮기는 식이다. 관세를 내고 말레이시아 등지에서 수입한 소재를 미국에서 조립하는 경쟁 업체보다 가격 경쟁력이 높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생산량도 상당하다. 잉곳과 웨이퍼, 셀·모듈 모두 각각 3.3GW씩 생산하는데, 모두 미국 내 최대 생산량이다. 한화의 또 다른 미국 생산기지인 조지아주 돌턴 공장의 모듈 생산량(5.1GW)까지 합치면 규모의 경제를 통한 원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이 공장은 올 하반기 본격 가동에 들어간다. 당초 올해 초 가동할 예정이었지만, 셀 라인에서 결함이 발생해 최종 안정화 작업을 하고 있다. 한화큐셀 관계자는 “생산 단계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보조금을 중복으로 받을 수 있다”며 “제조 과정에서 병목현상이 생기지 않도록 소재별 생산 규모를 통일한 덕분에 생산 효율이 높다”고 말했다.
한화큐셀은 공장이 완공되면 연 4000억원 수준인 보조금이 1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높은 인건비와 공장 건설 비용을 상쇄하고도 남는다는 게 한화큐셀의 설명이다. 태양광 시장 조사업체 P&S인텔리전스에 따르면 미국 태양광 시장 규모는 지난해 76조원에서 2032년 160조원으로 110.5% 확대될 전망이다.
◇태양광 종합 EPC 사업자로
후방산업 확장에도 나선다. 한화큐셀은 이 공장에서 생산한 소재를 활용해 태양광단지와 ESS를 묶어 파는 통합단지 조성사업에 나설 예정이다. 자체 생산한 소재를 활용하는 만큼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미국 1위인 테슬라보다 낫다는 설명이다.지난해 150억원(증권사 영업이익 추정치)의 영업적자를 낸 한화큐셀은 공장 본격 가동과 EPC 사업으로 내년 5000억원의 흑자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스콧 모스코위츠 한화큐셀 미국법인 시장전략 담당은 “통합단지를 운영하면 EPC 수익은 물론 에너지 관리 시스템 유지·보수 수익도 낼 수 있다”며 “사업 전체 영역을 넓혀야 살아남는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등에서 태양광 소재인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는 OCI홀딩스 역시 태양광단지 조성사업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태양광과 ESS를 결합한 태양광발전단지 부지 30개를 확보해 사업 추진 중이다. 이 단지에서 생산 예정인 발전량만 6.7GW로, 전년 대비 24.5% 증가한 수치다. OCI는 한발 더 나아가 발전단지 인근에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부지를 조성하는 EPC 사업도 할 예정이다.
카터즈빌=성상훈/안시욱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