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민주당 코스피5000위원회 차원에서 발의한 개정안의 핵심은 회사가 취득한 자기주식을 1년 내 소각하도록 한 것이다. 신규 취득뿐만 아니라 기존 보유 자사주도 포함하되 기존 주식은 6개월 유예기간을 거쳐 1년 이내에 소각해야 한다. 소액주주는 환호할지 모르지만, 상장회사만 따져도 강제 소각해야 하는 주식 규모가 72조원에 육박하는 상황이다. 상장사 보유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의 절반을 웃도는 막대한 규모로, 주가 부양과 경영권 방어 등의 목적으로 자사주를 사들인 기업으로선 큰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 8단체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진작부터 내용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무엇보다 과거 정부가 장려한 지주회사 전환이나 인수합병(M&A) 과정에서 비자발적으로 취득한 자사주는 입법 취지와 무관한 만큼 소각 의무를 면제하는 게 타당할 것이다. 석유화학과 철강 등 사업 구조조정이 필요한 업종에서 M&A로 취득한 자사주를 반드시 소각해야 한다면 사업 재편이 힘들 수도 있다. 또 막대한 자사주 규모를 고려할 때 유예기간을 최대한 늘리고 처리 방식도 소각 외에 매각도 가능하도록 규정을 유연화할 필요가 있다.
자사주 소각이 의무화되면 적지 않은 상장사가 해외 투기자본의 경영권 공격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차제에 해외에선 쉽게 볼 수 있는 차등의결권, 포이즌필 같은 대등한 경영권 방어 수단 도입도 검토하는 게 옳다. 정부·여당이 1차 상법 개정 때 약속한 경영 판단에 대한 배임죄 처벌 개선이 아직 이뤄지지 않는 이유도 궁금하다. 기업을 뛰게 할 당근은 없고 잔뜩 움츠리게 하는 채찍만 넘쳐나선 곤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