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격대장(Charging Captain)이 공식적으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 상륙했습니다. 이 이름을 꼭 기억하십시오. 올해 일요일(최종라운드)마다 우리는 이 이름을 아주 자주 부르게 될 것입니다.”
2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 레이크 노나 골프 앤드CC(파72) 마지막 18번홀(파4). LPGA투어 ‘루키’ 황유민이 약 1.2m 거리의 파 퍼트를 홀에 떨어뜨리며 공동 5위를 확정 짓는 순간, 미국 NBC스포츠 중계석의 댄 힉스 캐스터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이렇게 외쳤다. 영하권을 넘나드는 추위와 초속 10m의 강풍 탓에 경기가 54홀(3라운드)로 축소 운영되는 악조건 속에서도 황유민은 전 세계 골프 팬들에게 ‘K-골프’의 매운맛을 제대로 각인시켰다.
◇돌격대장의 화끈한 데뷔전
황유민이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렀다. 그는 이날 열린 힐튼 그랜드 베케이션스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우승상금 31만5000달러·총상금 210만달러) 3라운드에서 1오버파 73타를 쳐 최종 합계 5언더파 211타 공동 5위로 대회를 마쳤다. 지난해 10월 스폰서 초청으로 출전한 롯데 챔피언십에서 깜짝 우승으로 개막전 출전 자격을 획득한 이후 LPGA투어 데뷔전이었다. 최근 2년간 우승한 선수들만 출전할 수 있는 이 대회에서 황유민은 자신의 우승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증명했다.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도 공격적인 플레이로 이름을 날린 황유민은 미국 데뷔전에서도 화끈한 장타로 이목을 끌었다. 이번 대회 평균 드라이브 비거리는 247.5m로 39명의 선수 중 4위를 기록했다. 특히 3라운드 10번홀(파4)에선 맞바람을 뚫고 이번 대회 최대 비거리인 261.5m의 티샷을 날렸다.
정교함도 준수했다. 대회 내내 75.9%(41/54)의 높은 그린적중률을 기록했다. 하이라이트는 2라운드 18번홀에서 터진 ‘슬램덩크 샷 이글’이었다. 약 73m를 남기고 시도한 두 번째 샷이 그대로 홀컵에 빨려 들어가자, 중계석에선 “웰컴 투 더 LPGA!”라는 환호가 터져 나왔다. 3라운드 17번홀(파3)에서 돌풍 탓에 공이 그린 밖으로 굴러가 트리플보기를 범하는 불운을 겪었지만, 흔들리지 않고 마지막 홀을 파로 마쳐 공동 5위를 사수하는 위기관리 능력도 뽐냈다.
공식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마친 황유민은 “추위도 추위였지만 바람이 굉장히 많이 불어 ‘플레이를 계속해도 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며 “안 좋은 컨디션에서도 잘 버텼다는 느낌”이라고 돌아봤다. 이어 “공동 5위라는 좋은 성적을 거뒀지만, 자신감보다는 부족함을 느꼈기에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준우승’ 양희영, 맏언니 위엄
황유민의 패기만큼이나 한국 군단의 ‘정신적 지주’ 양희영의 노련미도 빛났다. 3라운드에 3타를 줄이는 저력을 발휘한 양희영은 단독 2위(10언더파 206타)로 대회를 마치며 맏언니의 위엄을 과시했다. 우승자인 넬리 코다(미국·13언더파 203타)와는 3타 차다.2024년 6월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 우승 이후 모처럼 정상에 도전한 양희영 입장에선 악천후로 대회가 축소되는 바람에 역전의 기회를 잡지 못한 게 아쉬웠다. 그는 “파이널 라운드가 진행됐다면 또 다른 기회가 될 수도 있었겠지만 (환경적인 어려움 탓에) 4라운드를 진행하지 않기로 한 결정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며 “추위와 강한 바람 속에서도 끝까지 최선을 다했고, 결과도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날 3라운드 경기를 모두 마친 코다는 이날 필드에 오르지 않고 정상에 올랐다. 코다는 2024년 11월 디안니카 드리븐 이후 1년3개월 만에 처음 우승을 차지하며 투어 통산 16승을 달성했다. 지난해 이 대회 우승자 김아림은 3언더파 213타를 기록해 이소미 유해란 등과 공동 9위에 자리했다.
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