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무용단장이자 예술감독인 김성용은 "무용은 말로 할 수 없는 말"이라는 신념으로 감각과 반응에 집중한 창작 방식을 지속했다. 허성임 안무가는 한국과 유럽 무대를 오가며 사회에서 소외된 존재의 이야기를 무대 위로 끌어올리는 데 집중했다.

투어는 바르셀로나에서 처음 시작된다. '정글'은 오는 6일부터 8일까지 바르셀로나의 대표적인 현대공연장인 메르캇 데 레 플로르스(Mercat de les Flors)에서 공연된다. 2025~2026 시즌 공식 초청작으로 선정된 이번 무대는 전 회차 매진을 기록하며 현지의 높은 기대를 입증했다. 바르셀로나 공연에는 주스페인한국문화원도 협력 기관으로 참여한다. 국립현대무용단은 13~14일 벨기에 리에주 극장에서 열리는 페이 드 당스 페스티벌(Pays de Danse Festival)에 참가한다. 유럽 현대무용 유통의 핵심 플랫폼으로 평가받는 이 축제에서 국립현대무용단은 '정글'을 비롯해 '사라지는 모든 것은 극적이다'를 선보이며 폐막 무대를 장식한다.
김성용 예술감독의 안무작 '정글'은 몸의 본능과 생명력이 충돌하는 공간을 정글로 은유한 작품이다. 감각의 파편들이 중첩되고 해체되는 움직임을 통해 인간 존재의 에너지를 밀도 있게 드러낸다. 독일 탄츠임아우구스트, 오스트리아 임풀스탄츠 등 유럽 주요 무용 축제에서 초청을 받으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인정받았고, 지금까지 11개국 12개 도시에서 공연됐다. 비정형적 움직임 리서치 '프로세스 인잇(Process Init)'을 기반으로, 12명의 무용수가 창작에 직접 참여하는 방식도 작품의 중요한 특징이다.

함께 무대에 오르는 허성임 안무가의 '사라지는 모든 것은 극적이다'는 삶의 흐름 속에서 피할 수 없지만 쉽게 생각하기 어려운 죽음을 정면으로 다룬다. 반복되는 신체 리듬을 따라 개인과 세계의 균열, 불안정성을 집요하게 추적하며 강렬한 무대 밀도를 만들어낸다. 2022년 국립현대무용단 제작으로 초연된 이 작품은 평단으로부터 "독특한 안무적 관점과 질감, 리듬감이 관객의 오감을 자극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해원 기자 um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