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비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돼 온 레미콘 가격 급등의 배후에 지역 독점 업체들의 조직적 담합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남 광양 지역 레미콘 시장을 사실상 100% 장악한 7개 제조사가 가격과 물량을 담합한 사실을 적발하고, 시정명령과 함께 총 2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2일 밝혔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이들 업체는 2021년부터 약 2년간 원자재 가격 상승을 명분으로 삼아 레미콘 단가를 조직적으로 인상하고, 공급 물량을 나누는 이른바 ‘갑질 카르텔’을 운영해 왔다. 이 과정에서 광양 지역 레미콘 시장의 경쟁은 사실상 완전히 사라졌다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이다.
이들은 ‘광양레미콘협의회’를 중심으로 민수 거래처(민간 건설사·개인과의 거래처)에 적용할 할인율을 공동으로 결정하고, 2년 사이 레미콘 단가를 세 차례 인상했다. 실제 가격은 1㎥당 7만2400원에서 9만1200원까지 약 26% 급등했다. 건설사들이 가격 인상에 반발하자, 레미콘 업체들은 “가격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공장을 멈추겠다”며 생산 중단을 암시하는 방식으로 압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담합은 가격에 그치지 않았다. 이들 업체는 단체 채팅방을 통해 실시간 판매 현황을 공유하며 거래 물량까지 배분했다. 할당량을 채운 업체는 신규 거래 요청을 거절하는 방식으로 경쟁을 차단했고, 그 결과 건설사들은 선택지 없이 비싼 레미콘을 구매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 놓였다.
공정위는 “이번 사건이 광양지역 레미콘 판매시장에서 시장점유율 100%를 차지하는 사업자들의 가격·물량 담합을 적발·시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건설 원·부자재 등 전·후방산업에 연관 효과가 큰 중간재 시장의 담합 감시를 강화하고, 법 위반에 대해서는 엄중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