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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긋하지만 허투루 쓰지 않는 스페인 소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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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긋하지만 허투루 쓰지 않는 스페인 소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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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인에서의 3년 주재 생활을 마무리하며 가장 인상 깊게 남은 점 중 하나는 스페인 사람들의 소비 태도다. 전반적으로 소박하지만 내실을 중시하고 삶의 질을 놓치지 않는 소비 방식은 필요 이상으로 보여주기나 속도, 유행에 익숙해진 소비에 대해 다시 한번 돌아보게 만든다.

    스페인 소비자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슬로우 어댑터’다. 새로운 트렌드나 기술의 도입 속도가 빠르지 않고, 변화에 대해 신중한 모습을 보인다. 검증되지 않은 신제품이나 유행에 즉각 반응하기보다는 익숙하고 편리한 방식을 선호한다. 여기에 가격 대비 성능, 즉 ‘가성비’를 매우 꼼꼼하게 따진다. 싸다고 무조건 선택하지도, 비싸다고 무조건 신뢰하지도 않는다. 내가 지불한 가격만큼의 효용이 명확한지가 구매를 좌우한다. 이런 이유로 주변의 사용 후기나 실제 경험담이 소비 결정에 크게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이러한 성향은 일상적인 소비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스페인 사람들은 필요 이상의 지출을 경계하고, 과시적 소비에는 비교적 무심하다. 명품 매장이 밀집한 부촌 동네에서도 옷차림은 과시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고, 가전이나 가구 역시 기능과 내구성이 검증된 제품을 오래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소비의 기준은 ‘얼마나 쓰느냐’보다 ‘왜 쓰느냐’에 가깝다.

    스페인 통계청의 2024년 가계 소비지출 동향 조사에 따르면 가구당 평균 지출 증가 폭이 가장 컸던 항목은 교육과 여가·스포츠·문화 활동으로, 전년 대비 각각 13.9%, 13.1% 증가했다. 반면 주류 및 담배, 가구 및 가정용품에 대한 지출은 각각 5.4%, 3.9% 감소했다. 아울러 주거와 식료품에 이어 소비 비중이 가장 높은 분야가 교통(11.4%)과 외식·숙박업(9.9%)이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는 스페인 소비자가 물건의 소유보다 경험과 서비스, 그리고 삶의 질과 직결되는 영역에 더 많은 가치를 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 생활에서도 이러한 특징은 통계 결과가 보여주는 맥락과 유사하다. 스페인 사람들에게 여행과 외식은 특별한 사치가 아니라 일상에 가깝다. 주말이면 가까운 도시로 여행을 떠나고, 가족과 친구들과의 외식은 단순한 소비라기보다 관계를 이어가고 시간을 공유하는 중요한 사회 활동으로 여긴다.

    한국 소비시장과 비교하면 스페인 시장의 움직임은 확연히 다르다. 한국 시장이 유행과 트렌드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신제품 소비가 빠르게 확산되는 시장이라면, 스페인 시장은 새로운 제품이 자리 잡기까지 상대적으로 긴 시간이 필요하다. 이미 내수 및 유럽연합(EU) 시장에서 검증된 제품과 브랜드에 대한 신뢰가 강해 신제품의 소비는 충분한 검증 과정을 거친 이후에야 안정적으로 시장에 안착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소비자 특성은 스페인 진출을 고려하는 한국 기업에 시사점을 제공한다. 단순히 ‘프리미엄’이나 ‘단기 유행’에 기대기보다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현지의 생활 방식 속에서 어떠한 가치를 제공하는지를 설득력 있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 스페인 소비자는 느긋하지만 신중하고, 허투루 쓰지 않는 분명한 소비 기준을 가지고 있다. 전반적으로 변화에 신중하고 가격에 냉정하지만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데는 기꺼이 지갑을 연다. 이처럼 한국과는 다른 소비 기준을 가진 스페인 소비자의 특성을 이해하는 것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스페인 시장에 접근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출발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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