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표(票)의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부동산시장 안정화에 나서겠다는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추가 부동산 대책이 필요할 경우 ‘강력한 수단’을 쓰겠다는 뜻도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통령이 부동산 투기와의 전면전을 선포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보유세 인상 등도 필요하면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1일 자신의 X(옛 트위터)에 부동산시장에 관한 글을 3건 게재했다. 지난달 25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알리며 4건의 게시물을 올린 데 이어 재차 부동산시장 안정화를 위한 드라이브를 건 것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집주인들 백기 들었나, 서울 아파트값 급브레이크’라는 제목의 기사를 소개하며 “망국적 부동산(시장 행태의) 정상화는 불가능할 것 같으냐”며 “표 계산 없이 국민을 믿고 비난 감수만 하면 될 일”이라고 썼다. 이 대통령은 경기지사 시절 계곡 정비사업 완료, 취임 후 코스피지수 5000 달성을 거론하며 “그보다 더 어렵지도 않고 훨씬 중요한 집값 안정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성공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국민의힘이 이 같은 언급을 비판하자 1일 장문의 글로 반박한 뒤 “집값 안정을 위해 법적으로나 정치적으로 가능한 수단은 얼마든지 있지만, 현실적으로 정치적 유불리 때문에 지금까지는 최적의 강력한 수단을 쓰지 못해 온 것이 사실”이라며 “국민을 믿고 정치적 유불리에서 벗어나면 반드시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고 적었다.
이 대통령은 ‘정부를 이기는 시장은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며 “정부에 맞서지 말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또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에 따라 매물이 잠길 것이라는 일부 전망에 대해서는 “이번이 마지막 기회였음을 곧 알게 될 것”이라고 했다.
"부동산 정상화, 오천피보다 쉽다"…李 자신감 통할까
투기 세력에 강력 경고…"표계산 없이 집값 잡겠다"
투기 세력에 강력 경고…"표계산 없이 집값 잡겠다"
이재명 대통령이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집값 안정에 나서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밝히면서 부동산 이슈가 정국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대통령이 투기성 수요 억제 등을 위해 필요하다면 ‘강력한 수단’을 쓰겠다고 시사하면서 시장에서는 추가 부동산 대책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다주택자를 중심으로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부터 주택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 감면 축소에 이르는 세금 제도가 개편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李 “정부에 맞서지 마라”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부터 1일까지 자신의 X(옛 트위터)에 올린 3건의 글에서 ‘정부에 맞서지 말라’는 입장을 수차례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정부에 맞서면 개인도 손실, 사회도 손해를 입는다” “정부 정책에 맞서 손해 보지 말라” “정부를 부당하게 이기려 하지 마라” “사익에 근거한 일부의 저항은 성공할 수 없고, 결국 손실을 입게 된다” 등 강한 메시지를 남겼다. 이 대통령은 ‘정부를 이기는 시장은 없다’는 기존 발언을 언급하면서 “합리성과 행사되는 권한의 크기에 따라 시장의 방향과 변화 속도가 결정된다는 의미”라고 했다.이 대통령은 다주택자를 향해 ‘집값 임대료 급등의 원인’ ‘출생률 저하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돈 벌겠다고 살지도 않는 집을 수십, 수백 채씩 사 모으는 바람에 집값과 임대료가 천정부지로 올라 젊은이들은 결혼을 포기하고, 출산이 줄어 나라가 사라질 지경에 이르렀다”고 썼다. 이어 “몇몇의 불로소득 돈벌이를 무제한 보호하려고 나라를 망치게 방치할 수 없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에 대해 “회피 기회를 4년이나 줬으면 충분하다고 보인다”며 “아직 100일이나 남았다”고 주택 매도를 권유했다. 또 시장 혼란을 야기한다는 지적엔 “정부 ‘억까’(억지로 깎아내리다)는 자중해주면 좋겠다”고 적었다.
이 대통령은 집값 안정화에 대한 자신감도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경기지사 시절) 계곡 정비나 주가 5000 달성이 세인의 놀림거리가 될 만큼 불가능해 보이고 어려웠지만, 총력을 다해 이뤄냈다”며 “부동산 정상화는 훨씬 쉽고 중요하다”고 했다.
◇靑 “모든 세제, 테이블 위에”
이 대통령이 추가 대책을 고민하는 것은 당장 착공할 수 있는 신규 주택 공급이 제한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달 29일 수도권 6만 가구 공급 방안을 내놨지만 내년 착공 가능 물량은 전체의 4.9%에 불과해 투자 심리가 수그러들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주택자를 중심으로 기존 주택을 내놓게 하는 세제 정책 등에 방점이 찍힐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시장에서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에 뒤이어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과표 구간을 소득세처럼 세밀하게 설정해 세율을 높이는 방안이 검토될 것으로 전망한다. 시행령으로 조정 가능한 공정시장가액비율과 공시가격 현실화율 상향 등도 물망에 오른다. 이전 정부에서 완화된 조치인 만큼 ‘정상화 명목’으로 꺼내 들 수 있는 카드다. 매매 활성화 등을 위해 취득세·양도세 등 거래세를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주택자는 물론 비거주 1주택자의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 감면 혜택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기자회견에서 “비거주 1주택자도 투자용이라면 장기 보유했다고 세금을 감면하는 것은 이상하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장기보유특별공제 감면 축소는 문재인 정부 시절 추진했다가 ‘증세 비판’에 부딪혀 실행하지 못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쓸 수 있는 모든 세제 카드가 테이블 위에 올라와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여당도 이 대통령의 강경 발언에 보조를 맞추고 있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부동산) 세제 개편 부분에 대해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재정경제부는 부동산 세제 연구용역에 들어가 오는 7월 말 세제 개편안에 보유세 및 거래세 개편안을 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야당에선 반발이 나왔다. 국민의힘은 “현실적 해법은 규제 완화를 통한 민간 주도의 재개발·재건축”이라며 “주거 선택과 자산 형성을 단속 대상으로 몰아붙이는 방식으로는 집값 과열을 잡을 수 없다”고 했다.
김형규/임근호/이광식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