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만 보면 한국 경제가 순항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K자형 양극화가 동시에 심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경계심을 놓지 말아야 한다. 수출·대기업과 달리 내수·중소기업 부문은 정체 또는 침체에 빠져드는 조짐이 뚜렷하다. 전국 35개 국가산업단지에서 지난해 휴·폐업한 기업이 1090곳으로 전년의 두 배(48.9%)에 달했다. 국가산단에 우량 중소제조업체가 몰려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제조업 전반으로 양극화가 확산 중이라는 불길한 신호다.
K자형 양극화를 보여주는 데이터는 이외에도 많다. 1월 경기실사지수(BSI)가 대기업 87, 중소기업 59로 4년8개월 만에 최대 차이로 벌어졌다. 수출이 8개월 연속 해당 월 최대임에도 지난해 산업생산 증가율(0.5%)도 2023년(1.0%) 2024년(1.5%)의 절반 이하다. 반도체를 제외한 제조업 생산이 0.1% 뒷걸음질 친 탓이다. 대량의 소비쿠폰 지급에도 자동차 제외 소매판매액지수가 0.7% 떨어지는 등 내수 회복 조짐 또한 미미하다.
여러 악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중소기업중앙회 회원기업의 절반이 수출 최대 장애 요인으로 ‘중국의 저가 공습’을 꼽았다. 기록적인 고환율도 큰 부담이다. 상당수 중소기업은 중간재를 생산하는 까닭에 환율 상승이 수입 원자재 가격에 직결된다. K자형 양극화는 자산·지역 불균형 등 한국 사회가 당면한 갖은 문제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바닥경기를 살리는 데는 특효약이 없다.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금전적 지원도 일회성에 그칠 뿐이다. 무엇보다 중소기업이 싫어하는 정책적 규제를 걷어내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 노란봉투법 등이 대표적이다. 지지부진한 상속세 개편에 좌절해 폐업을 선택하는 기업이 계속 늘고 있는 대목도 유념해야 한다. 하루하루가 버거운 중소기업이 직면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