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00억원대 상속세를 둘러썬 유족과 국세청의 소송에서 대법원이 국세청의 손을 들었다.
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박영재 대법관)는 지난해 12월 거액 자산가 A씨 유족들이 반포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상속세 부과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심의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소송은 A씨 유족들이 상속 재산을 신고한 뒤 서울지방국세청과 감사원을 거쳐 70억여원의 추가 세금을 내게 된 데 반발하면서 시작됐다.
유족들은 A씨가 사망한 후 2016년 상속세 과세표준으로 2057억7000만원을 신고했다. 산출된 상속세는 1024억3000만원이었다. 상속재산 가액에는 A씨가 사망 직전 말레이시아 에너지 회사인 J사 주식을 팔면서 받은 매각대금 3648만3000엔, A씨가 보유하던 L사 주식 1291억8000만원 등이다.
국세청은 세무조사를 통해 J사 주식 매각 행위가 조세 회피를 위한 가장매매라고 보고 J사 주식도 상속자산 가액에 해당한다고 봤다. J사 주식을 팔아넘긴 회사가 조세회피처인 아프리카 세이셸공화국에 급조한 유족들의 페이퍼컴퍼니이고, A씨는 매각 당시 병원에서 심정지 증상을 보이는 등 주식 매매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국세청은 L사 주식 평가액을 감액해야 한다는 판단도 내렸지만 감사원 지적에 따라 L사 주식 평가액은 930억9000만원으로 재평가됐다.
최종적으로 국세청은 유족들의 상속세 과세표준을 2094억8000만원으로 경정했다. 유족들이 내야 할 상속세는 1094억3000만원으로 신고 당시보다 70억원가량 많아졌다.
대법원에서의 쟁점은 A씨 사망 약 한 달 전 이뤄진 J사 주식 매각 행위였다. 앞서 1, 2심은 J사 주식 매도 행위를 가장매매로 인정하지 않고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원심은 매매계약이 위조되지 않은 점, 계약 당시 A씨의 인지 능력에 별다른 문제가 없고 직접 병원 결제 서류에 서명하기도 한 점, 유족들이 페이퍼컴퍼니를 실질적으로 지배한 소유주라고 볼 증거가 없다는 점 등을 들었다.
대법원은 실질과세 원칙에 대한 원심의 판단이 미흡하다고 봤다. 사법상 효력이 없는 가장행위뿐 아니라 실질과 괴리되는 비합리적 외관·형식으로 보인다면 실질과세 원칙이 적용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원심은 피고가 단지 주식 매매계약과 관련해 사법상 효력 유무를 다투는 취지로만 받아들였다"며 "사법상 효력이 유지된다고 했을 때 다음 수순으로 주식 매매계약이 조세회피에 해당한다는 취지인지, 이에 따라 실질과세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는 것인지 아무런 석명권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A씨가 입원 상태에서도 주식매매를 해야 했던 이유가 무엇인지, 조세회피 목적 외 합리적인 이유·동기가 존재했는지, J사 주식 가액이 1주당 1달러로 다소 이례적으로 산출된 경위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추가 심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봤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