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전력업계에 따르면 미국 전력회사의 설비투자액은 2024년 1730억달러(약 248조원)에서 지난해 2147억달러(약 308조원)로 24.1% 증가했다. 미국 전력 회사들의 설비투자액이 2000억달러를 넘어선 건 지난해가 처음이다. 세계 최대 재생에너지 기업 넥스트에라에너지를 필두로 남부 전력망을 책임지는 서던컴퍼니, 최대 송전망 운영사 아메리칸일렉트릭파워(AEP) 등은 쏟아지는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 설비 투자에 나섰다. 도미니언에너지, 듀크에너지 등도 AI 데이터센터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전력망 확충 작업에 들어갔다.
하지만 수요가 워낙 가파르게 늘어나 여전히 공급이 부족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웃돈을 줄 테니 전력망을 빨리 갖춰달라”는 기업들의 요구가 빗발친다고 업계는 설명한다. 전기 수요가 대폭 증가한 덕분에 대다수 전력 기업의 수익률이 지난해 두 자릿수로 올라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20년간 볼 수 없었던 숫자다.
변압기 등 전력기기 가격이 3년 새 두 배 이상 폭등했는데도 전력 회사들의 주문이 잇따르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전력망을 설치한 뒤 거둘 수 있는 수익을 고려하면 ‘푼돈’인 변압기 가격 상승에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라며 “반면 변압기를 제때 확보하지 못해 빅테크의 AI 데이터센터 가동이 지연되면 전력기기 업체들은 그 기간 전력을 판매하지 못할 뿐 아니라 천문학적인 위약금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미국에선 전기 확보 여부가 기업 경쟁력을 가르는 ‘전기의 시대’가 왔다”며 “미국 전력 회사들이 관세와 물류비 등을 모두 떠안고 한국산 변압기를 잡으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생존 전략”이라고 말했다.
앨라배마=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