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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칼럼] 피크아웃 포비아 넘은 '오천피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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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칼럼] 피크아웃 포비아 넘은 '오천피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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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대미문(前代未聞)이란 표현은 이럴 때 쓰는 것일까. 코스피지수가 정말 5000을 넘겼다. 코로나19 유동성에 기대 넘겼던 3000을 언제 다시 갈지 걱정한 게 겨우 1년여 전인데 말이다. 2024년 12월 30일 코스피지수 종가가 2399.49였다는 사실은 숫자를 보면서도 믿기 어려울 정도다. 진부하지만 적확한 표현이던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이제 듣기 좋은 ‘K프리미엄’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어느새 한국 증시 시가총액은 독일을 넘어섰다. 대만증권거래소가 최근 발표한 자국 시총이 3조3000억달러 수준이고,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합친 한국 증시 시총이 3조4800억달러(약 5000조원)이니 ‘대만에 밀린다’는 말도 이젠 무색해졌다.


    과열에 따른 단기적 현상이라고만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독일, 대만의 증시와 산업이 각각 자동차와 정보기술(IT)에 지나치게 편중돼 있는 반면 한국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조선, 방위산업, 원전, 2차전지, 로봇 등 다양한 산업이 포진해 있다. 인공지능(AI)과 지정학적 재편 핵심 밸류체인에 자리 잡은 자랑스러운 기업들이다. 세계적으로도 이런 증시를 찾아보기 어렵다. ‘오천피’는 이 같은 기업 경쟁력의 또 다른 표현일 것이다.


    돌이켜 보면 한국의 경쟁력이 정점을 찍었다는 ‘피크아웃 코리아’ 우려가 불과 2~3년 전이다. 반도체를 제외한 대부분 산업이 중국에 패퇴하고, 초격차를 외치던 삼성전자마저 2등으로 밀려났다는 당혹감이 한국 사회를 지배했다. 이런 조급함이 각자도생과 저출생으로 이어지고, 국력은 내리막길만 걸을 것이란 논리가 횡행했다. 그때 코스피지수 5000을 얘기했다면 아마 미쳤다는 얘기를 들었을 것이다.


    그럼 당시의 피크아웃 우려는 쓸데없는 기우였을까. 아닐 거다. 피크아웃으로 빠지는 한국을 오천피의 길로 돌려놓은 건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내는 한국인의 DNA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외국인들과 일하는 가까운 외국계 회사 임원은 “이들에게는 한국인의 ‘스피릿’이 없다”고 자주 말한다. 하면 되고, 안 되면 되게 하는 바로 그 정신이다.

    최근의 반도체 슈퍼사이클 이전 증시 주도주이던 조선, 방산, 원전은 모두 극심한 침체기를 겪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조선은 글로벌 수요 침체와 중국의 추격, 원전은 문재인 정부의 자해적 탈원전 정책의 직격탄을 맞았다. 애초에 방산은 정부 발주에 기대 몇몇 기업이 쥐꼬리만 한 이익을 거두는 내수 산업이었다. 그랬던 ‘조방원’이 각각 마스가(MASGA)의 주역, 글로벌 K방산, 원전 르네상스의 주인공으로 활약하고 있다.



    미·중 갈등에 운 좋게 거둔 성과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거저 얻는 것은 없다. 조선 방산 원전 전력기기 기업이 사양산업 또는 적폐 취급을 받을 때 기업인들이 경영 활동에 열의를 잃거나 현금 흐름에 몰두했다면 우려하던 피크아웃은 현실이 되지 않았을까. 어려운 시기를 거치면서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한국과 오천피가 있는 것 아닐까.

    반도체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가 주춤할 때 다른 외국 기업이 아니라 SK하이닉스가 투자를 대폭 늘리며 고대역폭메모리(HBM) 분야의 세계 최고로 올라섰고, 이제 다시 삼성이 힘을 내고 있다. 테슬라와 중국에 밀려 끝났다던 현대자동차는 무슨 소리냐는 듯 가장 앞선 수준의 로봇 아틀라스를 내놨다. 침체를 겪고 있는 2차전지산업도 결국 그런 힘을 발휘해 재기할 것이라 생각한다.


    요즘 밥을 먹든 차를 마시든 주위 테이블에서 주식 이야기를 쉽게 들을 수 있다. 누군가는 그걸 보고 오천피의 부작용이라 말할 수도 있다. 동의하지 않는다. 적어도 부동산이나 코인에 골몰하는 것보다는 백배 천배 가치 있는 현상이다. 국민들이 기업과 경제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동의하든 비판하든 정부 정책에도 더 관심을 두게 될 것이다.

    그런 관심이 모여 국가와 기업 경쟁력이 강화되고 피크아웃 코리아로부터 더욱 멀어지게 되지 않을까. 주식 투자로 돈을 벌고 잃는 문제를 넘어 불가능해 보이는 것을 가능케 하는 한국인의 DNA가 오천피에 담겨 있다고 보면 과한 해석일까. 우리가 코스피지수 5000 시대를 조금은 자랑스러워해도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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