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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항의 소소한 통찰] 정답 대신 해석의 여지 남기는 광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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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항의 소소한 통찰] 정답 대신 해석의 여지 남기는 광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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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착하게 살자.’

    교도소에서 출소한 폭력배의 팔뚝에 새겨져 화제가 된 문신, ‘차카게 살자’의 원형이다. 굳은 갱생의 의지보다는 주로 희화화해 쓰이는 이 문장을 새해 첫 달 한국 뉴스에서 자주 볼 수 있었다.


    ‘BE GOOD.’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지난 11일 열린 제83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많은 배우들이 이 문장이 새겨진 배지를 의상 위에 달고 나왔다. 미국 미네소타 주에서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의 총에 맞아 숨진 여성 르네 굿(Reene Good)을 기리기 위해서다. 이 문구는 한국 뉴스에서 대부분 ‘착하게 살자’로 번역됐다. 완전 오역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착하게 살자’라는 문구가 어떻게 쓰여 왔는지 고려한다면 약간 아쉽다. 게다가 ‘BE GOOD’이 나온 맥락을 생각한다면 다르게 해석해 볼 필요도 있다.

    총격으로 숨진 이의 성(姓)이 ‘Good(굿)’이다. 그럼 ‘굿이 되자’는 해석도 가능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지지하는 젊은 우파의 대표격이었던 찰리 커크가 작년 9월 피살된 직후, 지지자들은 ‘We are Charlie Kirk(우리가 찰리 커크다)’란 문구를 외쳤다. 그들은 이 문장을 노래로도 만들고, 배지에 새겼다. 같은 맥락에서 굿을 희생자로 추모하고자 ‘BE GOOD’이란 문구를 만들었을 수 있다.


    배지에 쓰고, 구호로 외치는 이런 문구는 광고의 슬로건이자 카피의 일종이다. 명료한 하나의 뜻을 확실하게 전달하는 카피가 있는가 하면 여러 뜻으로 해석이 가능한 중의적 표현을 쓰는 경우도 있다. 직접 경험한 광고주 대부분은 장점을 명료하고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걸 선호했다. 확실한 해답은 자신감과 소비자를 위한 배려일 수도 있지만, 광고 수용자의 이해도와 상상력을 낮게 봐서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광고 카피가 소비자의 ‘매의 눈’에 포착돼 상상력이 곁들여지면 기업이 예상치 못한 효과를 내기도 한다.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oL)’ 대회에서 e스포츠 선수들이 킷캣 초콜릿을 먹는 장면을 볼 수 있다. 팬들은 이를 ‘킷캣 타임’이라고도 한다. 킷캣은 유럽 리그의 스폰서다. 대회에서 킷캣이 노출되면서 생긴 마케팅 효과를 알고 싶다는 질문을 수업 시간에 받았다. 나는 브랜드 마케팅 측면에서 선수와 킷캣 모두에게 멋진 장면이라고 대답했다.



    킷캣은 1950년대부터 ‘Have a break. Have a KitKat’이라는 슬로건을 쓰고 있다. ‘break’는 휴식이라는 뜻이다. 열심히 일하다가 킷캣을 먹으며 잠깐 휴식을 취하라는 슬로건이다. 부러뜨리다, 파괴하다라는 뜻의 동사이기도 한데, 이는 킷캣 중간을 툭 부러뜨려서 먹는 것과 잘 들어맞는다. 테니스에서 서브 리시버가 게임을 이길 때도 ‘break’를 쓴다. 불리한 상황을 이겨내고 승리를 거둔다는 뜻이다. 패배의 ‘지옥문’ 앞에 서 있던 선수가 벼랑 끝에서 반전을 일으키며 결국 승리를 쟁취하는 모습으로 연결될 수 있다.

    이렇게 ‘break’라는 단어의 여러 뜻을 가지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브랜드에는 충분히 의미가 있다. 너무 단선적이고 단답형의 광고 문안에서 벗어나 사람들에게 해석의 여지를 줄 필요가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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