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에서 ‘철도 개통’은 가치 상승의 주요 동력이다. 정책 변화와 금리 변동 등 불확실성이 커지는 시장에서 교통 호재는 집값을 지탱해주는 ‘보증수표’로 통한다. 올해는 수도권 교통 혁명을 이끄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노선의 완전 연결부터 ‘교통 오지’의 오명을 벗겨줄 위례선 트램 개통, 서해안 시대를 여는 서해선 연장까지 굵직한 노선이 줄줄이 운행된다. 철도 개통이 지역 산업 발전은 물론 부동산 가치 재평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강남 접근성 확 높아지는 GTX-A
올해 수도권에서 가장 주목받는 교통 이슈 중 하나는 GTX-A 구간 전체 연결이다. 그동안 분리 운영되던 ‘파주 운정역~서울역’ 구간과 ‘수서역~동탄역’ 구간을 잇는 ‘서울역~수서역’ 구간이 오는 6월 개통한다. 이 구간이 연결되면 파주 운정에서 화성 동탄까지 82.1㎞에 달하는 전 노선이 하나로 이어진다. 동탄에서 서울역을 가기 위해 수서에서 내려 지하철이나 버스로 환승해야 하는 불편함이 사라지게 된다. 개통되면 동탄에서 서울역까지 이동 시간은 기존 1시간에서 20분대로 대폭 단축된다.GTX-A노선을 통해 경기 남북부가 하나의 생활권으로 묶이는 효과가 기대된다. 핵심 거점인 삼성역은 복합환승센터 건설 지연으로 2028년까지 무정차 통과한다. GTX 기대 등에 힘입어 화성 동탄신도시 아파트값은 최근 강세를 보이고 신고가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오산동 '동탄역롯데캐슬' 전용면적 102㎡는 지난달 14일 22억1000만원에 거래돼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일주일 전 같은 면적 거래가(20억1000만원)보다 2억원 뛰었다. 인근 '동탄역예미지시그너스' 전용 84㎡는 지난달 10일 12억7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직전 최고가(12억4500만원)보다 3200만원 오른 거래다.
경기 서남부권 철도 지형도 바뀔 전망이다. 오는 3월 개통 예정인 서해선 '서화성~원시' 구간은 서해안 철도 시대의 마지막 퍼즐로 꼽힌다. 이 구간이 연결되면 충남 홍성에서 경기 안산(원시)을 거쳐 고양(대곡)까지 이어지는 거대한 서해안 철도 축이 완성된다. 그동안 철도망이 없었던 화성 서부권은 서화성~원시 구간 개통의 최대 수혜지로 꼽힌다. 화성 남양뉴타운 등 인근 주거 단지는 서울 접근성이 크게 개선돼 가치가 오를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화성 남양읍 A공인 대표는 “서해선은 충청권과 수도권을 잇는 핵심 축이 될 노선”이라며 “남양뉴타운 등을 비롯해 화성시 일대 산업단지 배후 주거지 가치가 오를 것”이라고 했다.
연말 예정된 인천·수원발 KTX도 눈여겨볼 만하다. 인천 송도역과 수원역에서 출발해 경부고속철도 노선으로 직결되는 사업이 마무리되면 인천·수원 시민은 KTX를 타기 위해 서울역이나 광명역까지 이동할 필요가 없어진다. 인천 송도에서 부산까지는 2시간20분대에 갈 수 있을 전망이다. 송도역 인근과 수원역 환승 역세권의 배후 수요가 늘어나는 효과가 예상된다.
○위례 숙원 사업 ‘트램’ 연말 개통
서울 동남권에서는 위례신도시의 숙원 사업인 '위례선(트램)'이 오는 12월 정식 개통한다. 지하철 마천역(5호선)과 복정역(8호선·수인분당선), 남위례역(8호선)을 잇는 이 노선은 58년 만에 다시 등장하는 현대식 노면 전차다. 위례선 트램은 이달 말부터 본선 시운전에 들어간 뒤 종합 점검을 거쳐 연말 개통 예정이다.위례신도시는 그동안 ‘교통섬’으로 불릴 정도로 대중교통 이용이 불편했다. 위례선이 개통되면 지역 내 이동은 물론 5·8호선 접근성이 개선돼 강남권 출퇴근 시간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개통 시점이 구체화하면서 아파트값도 뛰고 있다. 송파구 장지동 '송파꿈에그린위례24단지' 전용 84㎡는 작년 12월 21억2000만원에 신고가를 기록했다. 장지동 B공인 관계자는 "트램 소식 등에 매물을 거둬들이는 집주인도 있다"며 "교통 문제가 크게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고 전했다.
○교통 호재 지역 투자도 주의해야
올해 지방에서도 광역 교통망 확충 소식이 적지 않다. 경남 양산과 부산을 잇는 '양산선(도시철도)'과 울산의 교통망을 넓혀주는 동해선 광역철도 연장(태화강~북울산) 등이 하반기 개통할 예정이다. 또 부산과 경남 창원을 잇는 전철인 '부전마산선'의 일부 구간(강서금호~마산)이 오는 6월 개통된다. 당초 부전마산선은 2021년 개통할 예정이었으나 2020년 3월 부산 사상구 터널 공사 현장에서 붕괴 사고가 발생해 사업이 지연됐다. 지방은 수도권에 비해 교통 호재의 영향력이 제한적일 수 있으나 거점 도시 역세권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치가 오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전문가들은 교통 호재 지역이라도 무분별한 ‘따라잡기’식 투자는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통상 철도 호재는 ‘계획 발표-착공-개통’ 3단계에 걸쳐 집값에 반영된다. 올해 개통 노선들은 상당 부분 가격에 선반영돼 있다는 것이다. 토지·상가 전문가인 김종율 김종율아카데미 원장은 “토지 투자를 예로 들면 일반적으로 호재가 실현되기 3~4년 전, 호재와 부합하는 건축물을 지을 수 있는 용도지역 땅을 사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철도가 개통되고 역세권 개발사업이 가능한 곳인지 등을 잘 따져봐야 한다”며 “정주 인구가 늘지 않고 교통 호재만 있는 지역은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안정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