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유럽의 마녀사냥은 단순히 미신이나 종교적 광신의 결과로만 볼 수 없다. 역사학자인 주경철 서울대 교수는 ‘우리 안의 마녀사냥’에서 마녀사냥이 “권력이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균질한 영혼을 만들려 했던 과정”이었다고 분석한다. 국가와 종교가 협력해 사회를 통제하려 한 정치적 행위였다는 얘기다.주 교수는 이를 ‘비이성의 폭력’이라고 부르며 이성이 마비된 집단적 공포가 개인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구조를 지적했다. 이런 분석은 오늘날 온라인 공간에서 종종 나타나는 현대판 마녀사냥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중세 유럽에서 권력과 종교가 마녀를 만들어냈다면, 이제는 대중이 여론이라는 이름으로 마녀를 만들어낸다. 인터넷과 SNS에서 벌어지는 집단적 비난과 낙인찍기는 현대판 마녀사냥과 다름없다. 사실보다 감정을 앞세우고, 누군가를 향한 비난이 정의라는 이름으로 포장되는 순간 이성은 힘을 잃는다. 디지털 화형대가 세워지는 것이다. 이에 관해 사회학자 스탠리 코언은 ‘도덕적 공황’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그는 언론과 대중이 특정 집단이나 인물을 ‘사회적 악’으로 규정할 때 비이성적 집단행동이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이런 구조는 SNS 환경에서 더욱 악화한다. 검증되지 않은 얘기가 사실인 듯 확산해 개인의 명예와 삶을 파괴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언론은 자극적 보도나 마녀사냥식 여론 형성을 경계해야 한다. 교육 현장에서는 미디어 리터러시와 비판적 사고력을 기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감정보다 이성이 앞서는 사회가 될 때 비로소 우리는 마녀사냥을 끝낼 수 있을 것이다.
전지민 생글기자(대전관저고 2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