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5년간 벌어들일 200억달러(약 28조5000억원)를 글로벌 M&A(인수합병)하는 데 재투자하겠습니다.”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2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미국 우주 발사체 기업 스페이스X와 인공지능(AI) 기업 xAI, 중국 드론 기업 DJI 등에 선제적으로 투자해 성공을 거뒀다”며 “이렇게 확보한 투자 회수금과 영업이익을 미래 성장 엔진에 과감히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올해 초부터 전 세계 그룹 계열사를 돌며 M&A 딜을 챙기고 있다. 30일엔 전체 임직원을 대상으로 ‘제2의 창업’을 이끌 핵심 전략을 담은 신년 메시지를 보낸다.
◇ 금융 패러다임 바꿀 기회
박 회장은 “인류는 역사상 가장 가파른 변곡점에 서 있다”며 “AI를 중심으로 한 격변은 ‘부의 양극화’와 ‘일자리 양극화’라는 냉혹한 현실을 불러왔다”고 진단했다. 그는 “자본이 부를 창출하던 시대를 지나 AI가 생산성과 역량을 독점하는 ‘생산성 비대칭’ 시대가 도래했다”며 “고차원 전략 지능과 반복 노동 간 격차가 벌어지는 가운데, 변화를 선제적으로 읽고 행동하는 이들이 새로운 부의 지도를 그리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역사는 대전환기마다 자본주의를 새롭게 써왔다”며 “지금은 혁신가에게 금융의 패러다임을 바꿀 황금 같은 기회”라고 말했다.박 회장은 미래에셋그룹의 첫 번째 전략으로 ‘토큰화(tokenization)’를 통한 자산 경계 허물기와 ‘글로벌 투자 네트워크’ 구축을 제시했다. 그는 “국내 암호화폐거래소 코빗 인수는 이를 위한 선제적 포석”이라며 “오는 6월 홍콩을 비롯해 미국 중국 등 전 세계에 미래에셋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구축해 주식, 상장지수펀드(ETF) 디지털 자산 거래가 다 가능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전통 자산과 대체 자산, 디지털 자산을 아우르는 그룹 전 자산의 토큰화를 통해 세계를 연결하는 ‘디지털 자산 투자 그리드’를 구축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 아시아 최초 디지털채권 발행
미래에셋증권은 이날 아시아 금융사 최초로 1000억원 규모의 디지털채권을 발행하는 데 성공했다. 박 회장은 “금융 생태계의 디지털 전환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평가했다. 홍콩 달러와 미국 달러 두 가지 통화로 발행된 이 채권은 전통 채권시장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한 첫 사례다. 그는 “토큰화 플랫폼과 블록체인 인프라를 활용해 사모 방식으로 모집했는데, 이 정도 자금이 몰린 것은 자본시장의 대전환을 예고한 것”이라며 “국경 없는 자본 조달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했다.디지털채권은 분산원장 기술을 기반으로 채권 발행, 이자 지급, 상환 과정을 자동화했고 실시간 결제를 통해 거래의 투명성도 확보했다는 평가다. 박 회장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고객들이 시간과 국경 제약 없이 미래에셋의 프리미엄 자산에 직접 투자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미국·유럽·중국에서 M&A 본격화”
박 회장은 지난해 미국에 설립한 AI 금융사 웰스스폿과 호주의 로보어드바이저 전문 운용사 스톡스폿의 AI 역량을 미래에셋증권 MTS와 결합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웰스스폿의 독보적인 AI 자산관리 역량을 미래에셋 플랫폼과 융합할 것”이라며 “미래에셋은 압도적 경쟁 우위를 갖춘 ‘디지털 자산 그룹’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박 회장은 수익 재투자를 통해 ‘슈퍼갭(super-gap)’을 확보하겠다는 전략도 제시했다. 그는 “미국, 중국, 유럽에서 M&A를 통한 확장 기회를 엿보고 있다”며 “야성을 갖고 확보한 자본을 다시 최전선에 투입해 글로벌 투자회사 간 격차를 벌리겠다”고 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벤처캐피털(VC)을 설립하는 한편 혁신 AI 기업에도 투자할 계획이다. 미래에셋은 앞서 AI 스타트업 코히어와 퍼플렉시티 등에 투자했다. 박 회장은 “미래의 안개를 꿰뚫는 ‘전략적 통찰’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결단력’이 중요한 시점”이라며 “타인이 관망하는 기회에 가장 먼저 뛰어드는 영원한 혁신가로서 혁신을 멈추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