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를 종료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내놓으면서 부동산 시장이 요동치고 있습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세금 폭탄을 피하려는 다주택자 급매가 등장하고 있지만 정작 수십억원을 호가하는 가격 탓에 서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인 상황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다주택자를 겨냥한 작심 발언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지난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선 "부당한 이익을 추구하는 잘못된 기대를 반드시 제어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25일엔 "정부를 이기는 시장은 없다. 팔면 내는 세금보다 버티는 세금이 비싸도 그럴 수 있나"라고 했고 지난 23일엔 "양도세 중과 면제 연장 고려하지 않는다"며 연일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부활하면 기본세율 6~45%에 2주택자는 20%포인트가, 3주택자 이상은 30%포인트가 가산됩니다. 지방세를 포함하면 3주택 이상 다주택자의 실효세율은 최대 82.5%에 달합니다. 5월 9일 이후 계약한 매물은 시세 차익의 대부분을 세금으로 내야 한단 얘기입니다. 이 대통령이 장기보유특별공제까지 배제하겠다는 점을 시사한 만큼 10년 이상 보유해 최대 30%까지 주어지던 공제 혜택마저 사라지면 세 부담은 더욱 클 전망입니다.
이런 발언이 이어지면서 일부 단지에서는 가격을 낮춘 매물이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대장 아파트 '래미안원베일리' 전용면적 133㎡는 최근 매매가격을 5억원 낮춘 95억원에 내놨습니다. 이 단지 전용 84㎡에서는 기존보다 매매가격을 10억원 낮춰 75억원에 집을 내놓은 사례도 있습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있는 '현대 1·2차' 전용면적 161㎡는 호가가 82억원에 나왔습니다. 최근 실거래가가 86억원이었는데 이보다 4억원 낮아진 수준입니다.
문제는 가격을 수억원 낮춘 '급매'라는 이름표가 붙었지만 이런 가격이 서민들에겐 '그림의 떡'이라는 점입니다. 85억원짜리 아파트 가격이 10억원 하락해도 서민들이 살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은 아니란 얘기입니다.
서울 전역과 경기 12곳은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여 있습니다. 집값에 따라 대출받을 수 있는 금액도 제한됩니다. 집값이 15억원 이하면 6억원까지 15억원 초과 25억원 이하는 4억원까지, 25억원 초과는 2억원까지입니다. 사실상 급매가 나와도 대부분 현금을 보유해야 매수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서울에서 전세로 거주하고 있는 직장인 황모씨(39)는 "이름만 들어도 아는 유명한 단지가 이번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종료 이슈로 수억원 내려갔다는데 애초에 수십억원씩 하는 집이라 기대도 되지 않는다"며 "그들에겐 '급매'일지 몰라도 우리에겐 전혀 아니다"고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종료로 매물이 풀리긴 하겠지만 시장에서 "매물이 늘었다"고 체감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봤습니다. 매물은 집값이 오른 한강벨트 핵심지보단 외곽지역을 중심으로 풀릴 가능성이 높단 설명입니다.
정보현 NH투자증권 Tax센터 부동산 수석위원은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이미 수년째 이어지면서 다주택자들은 증여나 매도 등의 방법으로 집을 정리한 상황"이라면서 "실수요자들이 체감할 만큼 매물이 풀리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시장에서는 거래량이 침체할 가능성이 높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규제가 강화하면 시장거래 등의 침체나 부진은 불가피하다"고 내다봤습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