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4일 오전 9시 서울 종로구 가회동 '와이레스' 북촌 플래그십 매장 지하 1층. 아침부터 헤드셋을 끼고 춤추는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뤘다. 매장 가운데에서는 DJ가 턴테이블을 만지면서 노래를 믹싱했다. 사람들은 DJ를 둘러싼 채 몸을 살랑살랑 흔들었다. 구석에서 친구들과 격하게 춤사위를 자랑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술 대신 커피를 마시며 아침에 파티를 즐기는 '모닝 레이브(morning rave)'를 즐기는 이들의 모습이다. 이날 사람들 손에는 맥주 캔이 아닌 아이스아메리카노가 들려 있었다. 머리카락이 땀에 젖을 정도로 춤을 추던 이은서(27) 씨는 "오전 8시부터 왔다. 그때는 사람들이 적기도 하고 춤을 별로 안 췄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모두들 즐기는 거 같다"며 "그동안 친구들이랑 저녁에 놀았는데 춤추고 노는 데 시간은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씨는 "클럽이랑 레이브랑은 차이가 있다"며 "어떻게 보면 저녁 문화로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은데 춤추고 싶은 사람들이 일상의 피로를 푸는 좋은 문화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평균 150~200명 참여"…국내에서도 모닝 레이브 호응

해외에서 시작된 모닝 레이브가 국내에서도 트렌드가 되고 있다. 모닝 레이브는 '열변을 토하다'나 '광란의 파티'를 뜻하는 레이브(rave)에 아침을 의미하는 모닝(morning)을 결합한 신조어다. 술 대신 커피를 마셔 '커피 레이브'라 불리기도 한다. 틱톡이나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에 모닝 레이브나 커피 레이브를 검색하면 미국 뉴욕 등 해외에서 카페에서 아침 햇살을 맞으며 파티를 즐기는 영상을 다수 볼 수 있다.
국내에서도 모닝 레이브는 호응받고 있다. K뷰티 플랫폼 와이레스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부터 지난 24일까지 모닝 레이브에 참여한 인원만 총 1200여명에 다다른다. 와이레스는 지난해 11월 말부터 토요일 격주마다 모닝 레이브 이벤트를 개최하고 있다. 1회당 참여자는 150~200여명에 이른다.
검색량도 증가하고 있다. 키워드 분석 플랫폼 블랙키위에 따르면 '모닝 레이브'는 지난해 5월까지만 해도 검색량은 0이었다. 하지만 6월부터 우상향을 그리기 시작해 12월 4190건을 찍었다.

이날 모닝 레이브에 참여한 조원예(28) 씨는 "광명에서 1시간 20분 정도 걸려서 왔다"며 "인스타그램에서 보고 궁금해서 참여하게 됐는데, 술 먹는 걸 안 좋아해서 저녁에 노는 것도 안 좋아하는 편이다. 그런데 이렇게 아침에 신나게 놀 수 있어 좋다. 또 올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조씨와 함께 온 김지연(28) 씨는 "주말에 늦잠 자면 시간 아까운데 아침부터 하루를 활기차게 시작할 수 있다는 게 가장 좋다"며 "요즘에 '갓생(god+生)'이라는 단어가 생기면서 아침에 어떤 것을 할 수 있는지 관심이 많은데, 이건 심지어 재밌다"고 상기된 목소리로 전했다.
헤드셋에서는 120?130 BPM의 EDM 노래가 흘러나왔다. 30대 직장인 최모 씨는 "진짜 신날까 의문스러웠는데 헤드셋 소리를 키우니 클럽에 온 듯한 느낌이 난다"며 "아침에 러닝하고 들렀는데, 여기 오신 분들 모두 노출 있는 옷을 입지 않고 편하게 즐기고 있어서 레깅스에 헤어밴드 끼고 있어도 민망하지 않다"고 했다.
웰니스 이미지 브랜딩에 활용…F&B 브랜드도 열어

주류·음료 업계도 모닝 레이브 이벤트에 뛰어들었다. 버드와이저는 지난해 10월 26일 논알코올 제품 '버드와이저 제로'를 내세워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위치한 루프탑에서 아침 파티를 열었다. 귀리우유 브랜드 오틀리는 지난해 6월 21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카페에서 모닝 루틴 커뮤니티인 서울모닝커피클럽(SMCC)과 함께 모닝 레이브를 진행했다.
아침에 술 없이 노는 문화가 웰니스(웰빙·행복·건강을 뜻하는 영어 단어 합성어)로 인식되면서 브랜드의 이미지 브랜딩에 모닝 레이브를 활용한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모닝레이브 자체가 저속노화라는 웰니스 키워드를 포함하고 있는 문화고, 특히 고객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어 마케팅에 활용하기 좋다"며 "제품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고객에게 각인하고 구성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안적인 삶을 추구하는 젊은 층이 숨기지 않고 욕구를 내보일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아침에 클럽처럼 파티하는 모닝 레이브가 흥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밤에 하는 파티를 즐기기는 싫은데 놀고는 싶은 젊은 층이 취향을 교류하고 유대가 생기면서 문화가 자리 잡았고, 기업들이 그런 니치 마켓(틈새시장) 파고들어서 새로운 트렌드에 부응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