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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경영성과급도 임금으로 봐야"…'퇴직금 기준' 확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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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경영성과급도 임금으로 봐야"…'퇴직금 기준' 확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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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공기관에 이어 민간 기업에서 지급하는 경영성과급도 퇴직금을 산정할 때 기준이 되는 '임금'으로 봐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공공기관과 지급 성격이나 방식이 다른데도 같은 취지 판결이 나온 것이다. 실제 지급 과정에선 퇴직 시기에 따라 퇴직금이 큰 폭으로 요동칠 수 있는 만큼 경영상 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법 "삼성전자 경영성과급은 임금" 취지 판단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이날 삼성전자 퇴직자 15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퇴직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경영성과급을 퇴직금 계산 때 기준이 되는 '평균임금'에 포함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이 판결에 따라 삼성전자가 그간 직원들에게 지급해 왔던 경영성과급(PS·PI)은 퇴직금 산정 기준이 되는 평균임금을 계산할 때 포함해야 하는 항목이 됐다.


    실제 삼성전자는 사업부 성과에 따라 재직자에 한해 경영성과급을 지급했다. 취업규칙에서 정한 지급 대상·조건 등에 맞춰 근로자들에게 연 2회 상·하반기 '목표 인센티브'를, 연 1회 '성과 인센티브'를 줬다. 목표 인센티브는 사업부·사업부문별 재무 성과, 전략 과제 이행 정도를 평가한 뒤 지급됐다. 성과 인센티브는 사업부별 경제적 부가가치(EVA)의 20%를 재원으로 삼아 책정됐다. 산정 기준은 별도로 마련되지 않았고 삼성전자 경영진이 이를 결정했다.

    삼성전자는 해당 인센티브가 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근로자들이 퇴직할 때 해당 인센티브를 제외하고 퇴직금을 계산했던 이유다.


    퇴직자들은 경영성과급도 임금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경영성과급을 평균임금에 포함해 퇴직금을 다시 계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1~2심에선 경영성과급을 임금으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은 이 판단을 뒤집었다. 목표 인센티브의 상여기초금액이 근로자별 기준급을 바탕으로 사전에 확정된 산식에 의해 설정된 만큼 지급 규모가 사전에 어느 정도 확정된 고정적 금원이라는 이유에서다. 삼성전자는 월 기준급의 120%를 기준으로 이를 계산해 왔다.



    목표 인센티브 지급률은 삼성전자가 사업부문·사업부별로 부여한 재무 성과 달성도, 전략 과제 이행 정도에 따라 결정되지만 "경영성과의 사후적 분배가 아니라 근로성과의 사후적 정산에 더 가깝다"고 봤다. 대법원은 "목표 인센티브의 평가 항목은 지급 여부 자체를 결정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지급하기로 예정된 상여기초금액을 근로자들이 사업부문과 사업부별로 제공한 근로의 양과 질에 비례해 차등적으로 배분하기 위한 내부적 평가 척도로 기능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삼성전자가 전략 과제나 매출 실적 등 구체적 목표를 부여하고 그 성과에 따른 보상을 지급하는 체계로서 목표 인센티브를 운영한 것은 해당 성과가 근로제공과 밀접하게 관련됨을 방증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목표 인센티브의 지급률 변동 범위는 연봉 기준 0~10% 수준으로 안정적인 만큼 은혜적으로 지급된 일시적 금품이 아니라 제도화된 임금체계 내에서 지급되는 변동급임을 보여준다. 목표 인센티브의 지급 의무 발생이 근로제공과 직접적으로 관련되거나 그것과 밀접하게 관련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어 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성과 인센티브는 임금 아냐"…공공기관 사례와 동일
    다만 성과 인센티브는 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EVA 발생 여부와 규모가 자기자본, 타인자본 규모, 지출 비용 규모, 시장 상황, 경영 판단 등 다른 요인들이 합쳐진 결과물에 해당해서다.

    대법원은 "EVA의 발생·규모가 근로자들이 제공하는 근로의 양과 질에 비례한다기보다 오히려 근로제공과 밀접한 관련성이 없고 근로자들이 통제하기도 어려운 다른 요인들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며 "성과 인센티브는 EVA 발생을 지급 여부 결정의 선행 조건으로 하기 때문에 그 목적이 근로성과의 사후적 정산이라기보다 경영성과의 사후적 분배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그간 하급심에선 경영성과급을 임금으로 봐야 하는지 여부를 놓고 엇갈린 판단이 이어졌다. 민간기업에서 경영성과급 분쟁을 촉발시킨 사건은 공공기관이다. 공공기관에서 지급한 경영성과급이 임금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온 이후 민간기업들 사이에서 유사 분쟁이 터져나왔다.

    공공기관의 경우 경영성과급 재원 중 일부가 정부 정책에 따라 좌우됐고 경영평가등급으로 산정된 총인건비를 기준으로 지급됐기 때문에 임금성을 인정받았다. 경영주체가 경영상 판단으로 지급했던 금원이 아니었던 것이다. 민간기업이 경영상 판단을 기반으로 지급 여부와 지급액을 결정하는 경영성과급과 비교하면 본질적 차이가 있었다.
    퇴직 시기 따라 퇴직금 '천차만별'…실무상 불확실성↑
    법조계에선 경영성과급의 임금성을 부정하는 주장과 긍정하는 반론이 끊이지 않았다. 경영성과급을 근로 제공의 대가로 볼 수 없다는 시각, 근로의 대가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부딪치면서 서로 신경전을 벌였다.



    경영성과급을 임금으로 볼 경우 일시적으로 인건비가 폭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평균임금을 계산할 때 경영성과급도 포함한 다음 퇴직금을 다시 산정해야 해서다. 이후 그간 지급한 퇴직금과 새롭게 계산한 금액의 차액을 지급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된다. 퇴직금 지급 액수가 경영 상황에 따라 변동되는 불확실성이 일상화될 수도 있다.

    예컨대 연봉이 6000만원이고 경엉성과급을 제외한 월 평균임금이 500만원인 직장인이 있다고 가정하자. 이 근로자가 다니는 회사는 경영 실적에 따라 연봉의 최대 50%를 경영성과급으로 지급한다. 경영성과급이 임금이 아니라면 이 근로자는 20년을 다닌 후 퇴직할 때 1억원, 21년째에 퇴직할 경우 1억500만원을 퇴직금으로 받게 된다.

    하지만 경영성과급을 임금으로 보게 되면 경영 성과에 따라 퇴직금이 최대 5000만원가량 차이가 날 수 있다. 경기가 좋아 20년차에 경영성과급으로 연봉의 50%를 받고 21년차에 업황 악화로 한 푼도 받지 못했다면 이만큼 차이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20년차에 퇴직하면 퇴직금은 1억5000만원이 되지만 21년차에 퇴직할 땐 1억500만원만 받게 된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과 관련해 기존 임금성 관련 법리를 재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사용자에게 지급 의무가 있고 이것이 근로제공과 직접적으로 또는 밀접하게 관련돼 근로의 대가로 지급되는 것이어야 한다는 법리를 재차 강조한 것이다.

    대법원은 "근로 대가성 판단에 관해 근로자들의 근로 제공이 지급기준인 목표 달성을 통제할 수 있고 주된 인과관계를 형성하는 등으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지를 평가해 성과 인센티브의 임금성을 부정하고 목표 인센티브의 임금성을 인정했다"며 "원심 판결 중 목표 인센티브의 임금성을 부정한 부분에 파기사유가 있으나 퇴직금 차액 산정을 위해 원심 판결을 전부 파기환송했다"고 설명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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