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가올 우주 거주 시대, 인류는 지구 밖에서 어떻게 먹고살 것인가. 신간 <우주 농업>은 이 질문을 공상과학이 아닌 현실의 과제로 끌어온다.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이후 인류의 우주 개척은 가속화됐다. 무인 탐사선은 이미 화성 표면에 도달했고, 유인 탐사와 장기 거주 계획도 구체화되고 있다. 스페이스X의 일론 머스크가 화성 이주 구상을 공공연히 밝힌 배경에도 같은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우주에서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안정적인 식량 생산 체계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 책은 우주 공간과 행성 표면에서 식량을 생산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농업의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살핀다. 저자들은 우주 농업을 전혀 새로운 발상으로 제시하지 않는다. 오히려 인류가 오랜 시간 축적해 온 농업 기술의 연장선에서 접근한다. 온실, 수경 재배, 수직 농장처럼 이미 지구에서 활용 중인 기술들이 우주라는 극한 환경에서 어떤 방식으로 적용될 수 있는지를 차분히 짚는다. 이 과정에서 우주 농업은 특수한 미래 산업이 아니라 기존 농업 기술이 확장되는 또 하나의 무대로 그려진다.
책은 먼저 농업의 역사를 환경 극복의 과정으로 되짚는다. 이어 중력과 기압, 온도와 자기장이 지구와 전혀 다른 달과 화성의 환경을 분석하며, 식물 재배를 위해 해결해야 할 조건들을 살핀다. 특히 장기 체류를 전제로 한 ‘생명지원시스템’ 논의는 이 책의 핵심이다. 지구로부터의 지속적인 보급이 어려운 우주에서는 물과 공기, 영양분을 재활용하는 밀폐 생태계가 필수적이며, 식물은 그 순환 구조의 중심에 놓인다. 이러한 시스템은 우주에서의 생존을 넘어, 지구 농업의 지속 가능성을 돌아보게 하는 시사점도 던진다.
후반부에서는 테라포밍을 다룬다. 다른 행성이나 위성에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식물 생태계가 맡게 될 역할을 설명하며, 우주 농업이 장기적인 우주 거주 전략과 어떻게 맞물리는지를 보여준다. 과도한 낙관이나 상상에 기대지 않고, 현재 기술의 수준과 앞으로의 과제를 구분하는 점도 인상적이다.
원예학자 정대호 연암대 교수와 식물공학자 손정익 서울대 명예교수가 공동 집필한 이 책은 과학적 전문성과 현장 감각을 고루 갖췄다. 우주 개발의 다음 단계를 궁금해하는 독자에게는 미래를 가늠할 지도를, 농업과 생태의 미래를 고민하는 독자에게는 생각의 범위를 확장하는 계기를 제공한다. 인류가 우주로 향하는 시대, 가장 오래된 기술인 농업이 어떤 방식으로 새로운 생존 조건이 되는지를 차분히 보여주는 책이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