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양자대학원장을 맡고 있는 김은성 KAIST 물리학과 교수는 27일 KAIST에서 열린 양자과학기술 연구현장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발표가 끝난 뒤 참석자들이 자리를 옮길 준비를 하는 와중에도 “정말 뛰어난 인력들이 국내 곳곳에 있다”며 “지금은 이 역량을 묶어 속도를 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이날 행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9일 제1차 양자과학기술 및 양자산업 육성 종합계획 발표를 앞두고 출입기자들을 대상으로 계획의 골자와 국내 양자 연구 현장을 소개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 계획은 2024년 양자기술산업법 시행 이후 처음 수립되는 종합계획이다. 2035년까지 글로벌 1위 양자칩 제조국 등극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날 발표에 나선 3명의 KAIST 교수들은 인재, 인프라, 기술력 측면에서 국내 양자 생태계의 도약 가능성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간담회 발표 자리에서 “원천기술은 몇 안 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인재와 인프라가 주도한다”며 “KAIST를 비롯해 국내에는 그런 역량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는 KAIST,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이 3km 이내에 모여 있다는 점을 들었다. 김 교수는 “KAIST에서 퀀텀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학생들을 지도한다면 KRISS에 가면 양자컴퓨팅 플랫폼이 있고 ETRI에 가면 양자통신 인프라 테스트베드가 있다”며 “이런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게 우리 양자대학원 교육 시스템의 장점”이라고 했다. 세 기관은 최근 기술 개발 협력 MOU를 맺었다. KAIST 교내에 반도체와 양자 기술의 상용화 전초 기지인 나노종합기술원이 있다는 것 또한 강점이다.
해외 주요 양자 연구 거점도 대학과 국가기관이 결합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예컨대 미국 메릴랜드대의 조인트 퀀텀 인스티튜트(JQI)는 미국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와 협업한다.
김 교수는 KAIST 내 양자 연구진의 면면도 소개했다. 그는 여러 교수들의 연구 사례를 언급하며 “실질적으로 양자컴퓨터를 활용해 문제를 풀었거나, 양자 시뮬레이터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만드는 연구자들이 KAIST에 있다”고 말했다.
1차 양자 종합 계획에도 국내 양자 역량을 하나로 묶는 구상이 포함됐다. 대표적으로 ‘국가양자연구소(가칭)’ 설립이 추진된다. 컴퓨팅·통신·센서 전 분야를 포괄하고, 겸직 제도 등을 통해 다른 기관 소속 연구원·교원이 연구소에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 공동 인프라 구축과 유연한 인사로 기술 개발 역량을 총동원하겠다는 구상이다. 영국 국가양자컴퓨팅센터(NQCC), 일본의 G-QuAT 등 국가 단위 거점 운영 사례가 참고 사례로 거론된다.
조용훈 KAIST 물리학과 교수 겸 국가양자팹연구소장은 양자 기술의 확장 가능성을 전망한 논문 3건을 인용하며 양자가 ‘제조 가능한 시스템 공학 인프라’로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향후 경쟁의 관건은 이런 인프라를 갖췄는지 여부에 달렸다고 강조하며 이를 “개방형 양자팹 인프라의 필요성”으로 연결지었다.

국가양자팹연구소는 연구자들이 직접 설계·공정을 수행할 수 있도록 구축한 개방형 테스트베드로 2024년부터 운영을 시작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투어 공간으로 마련된 복도를 지나 연구소 내부를 둘러봤다. 청결 유지를 위해 신발을 벗고 들어서자, 내부에는 리소그래피 장비와 식각 장비 등이 배치돼 있었다. 빛에 민감한 공정 특성상 조명과 환경 관리가 필요한 탓에 내부는 노란색 계열로 구성돼 있었고, 머리끝까지 덮는 특수 실험복을 입은 연구원·학생들이 장비 앞에서 데이터를 확인하며 분주하게 이동하고 있었다.
조 교수는 “양자팹 기반 인프라를 이용하면 자체 장비가 없어도 설계·디자인을 하고, 직접 공정을 수행하면서 사업화까지 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에어비앤비나 우버는 호텔이나 차량을 직접 소유하지 않아도 사업을 한다. 양자도 마찬가지”라며 “고가의 장비가 갖춰진 24시간 개방형 양자팹 기반 인프라를 활용해 스타트업을 만들어내는 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산업 생태계 활성화 전략이고, 이것이 ‘양자 제조혁신 클러스터’의 한 축이 될 것”이라고 했다.
현재 미래융합소자동 내에 있는 국가양자팹연구소는 향후 확장을 앞두고 있다. 2028년 준공 예정인 양자팹 연구동은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지 총 4개 층 규모로 조성되며 신규 장비 14대를 포함해 37대 이상의 장비를 운용할 방침이다. 이날 부지를 둘러보니 50m도 안 되는 거리에 전기전자공학부 건물이 있었고, 뒤편에는 나노종합기술원이 자리하고 있었다. 양자·반도체·소부장 인프라가 사실상 한 구역에 집결한 셈이다. 교내에는 양자를 활용한 부가 산업을 연구하는 ‘퀀텀 융합 연구동’도 2029년 완공을 목표로 들어설 예정이다.
또 다른 연구실에서는 ‘광자 기반 양자컴퓨팅’ 개발 방식에서 한국이 가질 수 있는 이점을 집중적으로 설명했다. 손영익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는 본인의 연구실에서 만든 칩을 들어 보여줬다.

손 교수는 “반도체 칩이 바로 옆에 붙어 있으면서 반도체와 광자칩이 서로 신호를 계속 주고받는 구조”라며 “반도체를 잘 만드는 것 또한 양자 칩을 만드는 것만큼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구조는 뛰어난 반도체 기업을 보유한 한국이 가장 경쟁력 있게 해낼 수 있는 방식”이라고 했다.
광자 기반 양자컴퓨팅은 아직 초기개발단계지만 기본 공정이 반도체 공정과 맞닿아 있다. 기존 반도체 제조 인프라와의 접점이 클수록 양자컴퓨팅 개발 속도를 높이고,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확장하는 데에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최영총 기자 young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