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에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이달 들어서는 미할 마틴 아일랜드 총리,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페테리 오르포 핀란드 총리가 중국을 찾았다. 다음달에는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방중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 미국의 핵심 동맹국으로, 특히 영국과 캐나다는 중국과 장기간 외교적 냉각기를 겪은 나라다. 이들의 중국행을 재촉하게 만든 건 역설적으로 ‘중국 봉쇄’를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트럼프의 변덕스럽고 불안정한 행보가 가져온 불확실성이 (중국으로의) 길을 열어줬다”는 분석이다.
가뜩이나 트럼프발(發) 보호무역주의를 극복할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해야 했던 이들 국가다.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까지 내비치는 등 미국의 ‘돈로주의’(도널드 트럼프+먼로주의)로 불확실성이 커지자 중국으로 발길을 돌린 것이다. 트럼프가 오히려 시진핑의 몸값을 높여준 셈이다. 물론 이들이 미국과의 관계를 악화시키면서까지 친중 노선을 택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가 불러온 세계 질서 급변에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국가의 생존마저 어려운 ‘각자도생’ 시대가 됐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며칠 전 우리나라도 “한국엔 관세를 다시 25%로 올리겠다”는 트럼프의 폭탄 발언을 들어야 했다. 양국 간 무역 합의를 국회에서 아직 입법화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같은 처지인 일본, 유럽연합(EU), 대만은 놔두고 한국만 콕 집어 압박한 것이다. 천문학적인 대미 투자까지 약속한 오랜 동맹에 대한 존중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태도다. 불만이나 요구사항이 있다면 얼마든지 물밑에서 조율할 수 있는데도 ‘시범 케이스’처럼 한국을 다뤘다. 지방선거에 전력을 투구하는 정치권이 밖에서 휘몰아치는 급류를 너무 안이하게 바라보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