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혼게이자이신문은 28일 전문가 발언을 인용해 “중국의 대규모 군 간부 숙청이 장기적으로 대만 침공 위협을 키운다”고 보도했다.
패트릭 크로닌 미국 허드슨연구소 아시아·태평양 안보석좌는 이 신문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세계 최고 수준의 군대를 원하는 데다 가능한 한 빨리 이를 달성하고 싶어 한다”며 “이번 숙청의 배경은 규율과 충성심 그리고 미군에 맞서려는 진지한 의지 부족”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규모 수뇌부 교체 이후 중장·소장급 장성 간에 당을 향한 충성과 전투 의지를 보여주려는 경쟁이 격화할 것”이라며 “이를 계기로 시 주석은 대만에 군사 전략을 계속 강화하고 군사 행동으로 옮길 시점을 저울질할 것”이라고 덧붙였다.중국의 대만 담당 기구인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의 장한 대변인도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이번 숙청이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에 미칠 영향을 묻는 질문에 “최대한의 성의와 노력을 다해 평화통일의 전망을 쟁취하고자 한다”면서도 “무력 사용을 포기하는 약속은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대만 독립’ 분열 활동에 어떤 여지도 남겨두지 않을 것”이라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중국 국무원은 전날 딩쉐샹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국무원 부총리) 주재로 반부패 문제를 다루는 ‘제4차 염정공작회의’를 열었다. 이 회의는 지난해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지만 올해는 벌써 두 번이나 개최됐다. 지난 24일 시 주석에 이어 군 서열 2위인 장유샤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 류전리 연합참모부 참모장이 부패와 기율 위반 혐의로 낙마했다. 염정공작회의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잔당 숙청’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관측이 제기되자 중국군은 내부 동요를 차단하기 위해 대대적인 정신 교육을 단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군 기관지 해방군보는 “한순간도 멈추지 말고 정치정훈(재교육, 자기비판, 조직 정비)을 지속적으로 심화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중국 공산당과 정부를 장악한 시 주석이 반부패 작업을 내세워 군부 장악력까지 높이자 중국군 현대화가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시 주석은 2035년 중국군 현대화를 완료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인공지능(AI), 데이터 전쟁, 사이버·우주·전자전 능력 강화 등이 대표적이다. 이를 위해 실전 능력과 공동 연합작전 능력을 갖추도록 체계를 개편 중이다. 또 군사 기술 개발과 민간 산업 기술 융합을 공식화했다.
베이징 소식통은 “시 주석이 내년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까지 권력 기반을 다져 4연임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이번 대규모 숙청은 중군국 전력과 대만해협 안보 지형 등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2022년 3연임을 확정한 시 주석이 임명한 중국군 수뇌부 6명 가운데 5명이 실각해 전력 강화에 부담이 될 것이란 시각도 많다. 중국 인민해방군을 총괄하는 중앙군사위는 총 7명인데 현재 남은 인원은 시 주석과 지난해 10월 승진한 장성민 부주석 등 2명뿐이다. 내년 10월께 개최가 유력한 당대회 때까진 2명의 비상 체제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숙청으로 서방과 중국군의 소통 창구가 사라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외부 접촉이 활발했던 장 부주석, 류 참모장을 숙청한 이후 중국군 당국자와 외교관이 행동반경을 줄이고 입을 닫고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