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의 고대역폭메모리(HBM)'라고 불리는 소캠(SOCAMM) 전선이 확장되고 있다. 세계 1위 반도체 회사인 엔비디아의 소캠 도입에 이어, 세계적인 반도체 설계 회사인 퀄컴·AMD 등이 자사의 새로운 AI 서버용 칩에 소캠 채용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캠의 재료인 저전력(LPDDR) D램을 만드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타이트해지는 D램 공급량을 어떻게 조율해야 할 지가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퀄컴은 소캠을 탑재하는 AI 서버용 반도체를 개발하기 위해 소캠 공급망을 점검하고 있다.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회사로 잘 알려진 퀄컴은 AI 서버용 칩인 AI200, AI250을 각각 올해와 내년 출시하며 엔비디아와의 경쟁을 예고했다.
AI용 그래픽처리장치(GPU) 강자인 AMD 역시 삼성전자 등 메모리 업체들과 소캠 도입을 위해 시제품을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소캠은 엔비디아가 자사 GPU 서버에 새롭게 도입하는 D램 모듈이다. AI 서버 마더보드 위에 D램을 바로 붙이는 기존 '온보드' 방식과 달리, D램 칩 4개를 하나로 합쳐 모듈화한 것이 핵심이다.
D램 아래에 기판을 덧대면서 정보 이동 통로가 더 많아져 데이터 전송 속도가 빨라질 뿐만 아니라 탈부착이 가능해 서버 수명을 늘릴 수 있다는 장점까지 있다.
엔비디아는 소캠 2세대(SOCAMM 2)를 자사의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인 '베라' 옆에 탑재한다. AI 시대에 새롭게 각광받게 될 메모리 형태이기에 '제2의 HBM'으로도 불린다.
엔비디아가 처음으로 공개한 소캠은 D램 4개가 한줄로 배치된 직사각형 모양의 모듈이었다.
하지만 퀄컴과 AMD는 D램을 두 개씩 두 줄로 배치한 정사각형의 소캠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의 소캠에는 전력을 관리하는 칩(PMIC)이 빠져있지만, 정사각형 형태로 만들면 기판 위에 PMIC까지 장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소캠은 엔비디아가 독자적으로 적용하려고 했던 D램 제품으로만 알려졌다. 따라서 반도체 표준 기구인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JEDEC)에서 뚜렷한 소캠 표준이 정해지지 않았다. 만약 퀄컴·AMD 진영에서 모듈의 모양을 바꾼 상태에서 표준화를 진행한다면, 소캠 업계에서 또다른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소캠을 요구하는 회사가 많아질수록 최근 삼성전자, SK하이닉스·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등 D램 3강의 LPDDR D램 공급 부족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소캠은 LPDDR D램으로 만들어진다. 엔비디아 이외의 업체들이 LPDDR을 많이 원할수록 공급이 타이트해지고, 가격은 높아지게 된다. 삼성전자의 경우 엔비디아가 올해 채용하기로 한 200억Gb의 소캠2 모듈 중 100억 Gb을 수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HBM4의 재료인 10나노급 6세대(1c) D램 뿐만 아니라, 소캠2에 들어가는 1b D램 생산량을 늘리기 위한 공정 전환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1b D램·소캠2 모듈 생산에 대응하는 소재·부품·장비 회사들도 납기를 맞추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LPDDR D램의 용도가 늘어나면서 주요 용처인 모바일 업계에서는 물량이 동나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한 반도체 업계 고위 관계자는 "가격이 오르는 것은 고사하고 LPDDR D램 자체를 구할 수가 없다"며 "IT 기기 업계에서는 제품의 사양을 낮추거나 핵심 부품을 빼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해령 기자 hr.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