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투자 허가 문제는 어떻게 하기로 결론 냈습니까.”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0일 국무회의에서 던진 질문이다. 조각투자는 부동산, 미술품, 저작권 같은 고가 실물자산을 소액으로 쪼개 사고파는 혁신 금융 서비스다. 현재 금융위원회는 관련 토큰증권(STO)을 중개할 장외거래소 사업권을 어디에 내줄지 심사 절차를 마치고 최종 발표를 앞두고 있다.
대통령 질문은 최근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불거진 논란을 어떻게 정리하기로 했느냐는 취지로 읽힌다. 후보 가운데 하나인 루센트블록이 12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심사 절차의 공정성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루센트블록은 2018년 혁신 금융서비스(규제 샌드박스)로 지정받아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을 운영해온 스타트업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공식 절차를 거쳐 사실상 루센트블록을 떨어뜨리고, 한국거래소(KDX)와 넥스트레이드(NXT) 두 곳을 낙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귀를 의심케 하는 발언은 대통령 질문 후에 이어졌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주도로 토론해 조정 방안을 만들었다”고 언급했다. 한 장관 역시 “규제 샌드박스를 4년 정도 수행했는데, 이를 잘 ‘졸업’한다는 것의 의미가 처음부터 명확히 정의되지 않았던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 소관인 장외거래소 인가 업무를 두고 청와대와 중기부가 공개적으로 ‘조정 방안’을 거론한 것이다.
이날 나온 발언은 ‘금융당국의 결론을 정무적으로 다시 손보고 있다’는 내용으로 받아들일 소지가 크다. 동시에 금융위가 앞서 ‘STO 전용 장외거래소 예비인가’ 안건 처리를 한 차례 미룬 배경에 외풍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문을 갖게 한다. 당초 금융위는 14일 정례회의에 예비인가 안건을 상정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안팎에서는 금융당국 인허가 시스템의 신뢰를 흔드는 상황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장외거래소 예비인가는 이미 금융감독원 외부평가위원회(외평위)와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 심의라는 공식 절차를 거친 사안이다. 외부 개입으로 결론을 뒤집는다면 당국 인허가 절차의 신뢰에 큰 흠집이 날 수밖에 없다.
조각투자업계도 제도화 단계부터 각종 잡음이 커지는 데 불안감을 나타내고 있다. 한 관계자는 “속도와 신뢰가 필수인 STO 사업이 개화 전부터 삐걱거리는 모습이어서 허탈하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28일 정례회의에서 STO 장외거래소 예비인가 안건을 논의할 예정이다. 정무적 ‘조정’으로부터 독립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