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27일 정부 정책과 공약 실현을 뒷받침할 입법부의 법안 처리 속도가 너무 느리다며 “일을 할 수 없는 상태”라고 했다. 국무위원들에게 행정부 자체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수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라는 취지로 말한 것이지만, 국회 다수 의석을 장악한 여당을 향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내비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李 “국회 기다리기만 할 거냐”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정부가 출범한 지) 8개월이 다 돼 가는데 정부의 기본적인 정책 방침에 대한 입법조차도 20%밖에 처리가 안 됐다”고 했다. 이 발언은 임광현 국세청장과 체납된 국세 및 세외 수입 징수를 위한 방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임 청장이 국회의 보완 입법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말하자 “국회에 계류된 법률이 수백 개 있는데 저런 속도로 해선 어느 세월에 될지 모른다. 그때까지 기다릴 거냐”고 지적한 것이다.이 대통령은 지난 20일 국무회의에서도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산업재해 보상 처리 기간 단축 관련 입법을 재촉하며 “국회에 가서 빌든지, 빨리빨리 해달라”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민생경제 분야에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내야 하는데 국회 상황이 받쳐주지 않으니 답답함을 얘기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도 “행정은 속도가 중요한데 기다리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등 범여권이 190석 이상을 장악한 국회를 향해 이 대통령이 불편한 내색을 숨기지 않은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등 10개 상임위원회의 위원장도 민주당 소속이다.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은 “입법 속도가 부진하다는 건 주요 공약이나 정책을 통칭해 얘기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정치권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지금 민주당이 선명성을 드러내는 법안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자기들이 장악한 국회의 입법을 탓하며 화만 낸다”고 비판했다.
◇연일 부동산 강경 발언 “방치 안 해”
이 대통령은 이날도 부동산시장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이 대통령은 “부동산에 비정상적으로 집중된 자원 배분 왜곡을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며 “당장 눈앞의 고통과 저항이 두려워서 불공정과 비정상을 절대로 방치해선 안 된다”고 했다.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등 증세에 반발이 있더라도 부동산시장 안정화에 전력투구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작년 유예를 연장하면서 올해 5월 9일로 제도가 끝난다는 점을 명백하게 하지 않았느냐”며 “그런데 연장하지 않는다고 하니 마치 새로 양도세를 중과하는 것처럼 정책을 공격하기도 하더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시장이 원하는 적극적 대책도 동시에 추진해 나가야겠다”며 대대적인 주택 공급 대책도 시사했다.
이 대통령은 금융감독원 특별사법경찰에 인지수사권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수용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 민간인인 금감원 특사경이 인지수사권을 가지면 오남용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금융위원회와 법무부 우려에도 금감원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 대통령은 “금감원만 (인지수사와 관련해) 검사의 승인을 받도록 제한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했다.
김형규/한재영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