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국내 증시에서 기타법인이 주요 수급 주체로 떠오른 가운데 그 정체가 삼성전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가에선 2조7000억원에 달하는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이 지수 상승을 견인한 핵심 동력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타법인은 올해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6209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외국인 투자자(3조2031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순매수 규모다. 반면 기관과 개인은 각각 3041억원, 5조5341억원어치 순매도했다.
기타법인은 기관투자가로 분류되지 않는 일반 법인을 뜻한다. 기업의 자사주 매입은 물론 벤처캐피털(VC), 사모펀드, 투자자문사 등의 거래가 포함된다. 거래 규모가 크지 않아 그간 주목받지 않았지만 올해 들어 ‘큰손’으로 부상했다.시장에서는 기타법인의 순매수 대부분이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달 7일 임직원 성과 보상을 위해 2조5000억원(1800만 주) 규모 자사주 매입 계획을 공시했다. 이후 8일부터 22일까지 11거래일 연속 하루 150만 주씩 매입했고 23일에는 81만 주를 추가로 사들였다. 총 매입량은 1731만 주, 체결 금액은 2조5023억원이다. 불과 2주 만에 매입을 조기 완료했다.
이 같은 매입 효과로 삼성전자 주가는 올해 들어 33% 급등했다. 이달 들어 삼성전자 주식을 가장 많이 사들인 주체도 기타법인으로, 순매수 규모는 2조7000억원에 달했다. 외국인과 기관은 삼성전자를 각각 2조1845억원, 9966억원어치 순매도했고 개인은 4503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증권가는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이 국내 증시 전반에 미친 영향이 컸다고 평가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대형 종목의 자사주 매입은 유통 주식 수를 줄이는 동시에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인식을 확산시킨다”며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이 ‘오천피’ 돌파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업계는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자금 유입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날 4.87% 오른 15만9500원에 장을 마쳤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가격 반등이 본격화해 삼성전자의 실적 개선 폭이 클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24만원으로 제시했다.
류은혁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