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서 수만대씩 사라진 ‘PM’
27일 서울시에 따르면 전동 킥보드 견인 대수는 2024년 8만8763건에서 지난해 1~9월 4만9294건으로 약 44.5% 줄었다. 아직 집계되지 않은 4분기를 포함하더라도 연간 견인 건수는 6만 건을 밑돌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자치구에서 업체들이 전동 킥보드를 아예 철수하면서 ‘견인 대상’ 자체가 줄어든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성동구와 광진구는 연간 전동 킥보드 견인 건수가 2024년 각각 6356건과 3789건에 달했지만, 업체들이 사업을 철수하면서 지난해 0건으로 뚝 떨어졌다. 종로구와 동대문구·중랑구·성북구·강북구·용산구·중구 등도 수천 건 수준이던 견인 대수가 한 자릿수에서 수백 건으로 크게 줄었다. 전동 킥보드 이용이 비교적 활발한 강남구의 견인 대수는 같은 기간 1만2596건에서 1만208건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업체들이 사업을 축소하는 이유는 견인 과태료 부담 때문이다. 전동 킥보드는 횡단보도 주변, 보도 중앙, 점자블록 위 등 보행에 지장을 주는 장소에 방치될 경우 즉시 견인 대상이 된다. 견인료는 대당 4만원이며, 보관료는 30분당 700원으로 최대 50만원까지 부과된다. 기기 소유주가 업체인 구조상 이용자가 견인 금지 구역에 주차했더라도 업체가 먼저 견인 보관소에서 비용을 부담해 기기를 회수한 뒤 이용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해야 한다.
이용자 책임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구조도 업체 부담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상당수 이용자가 과태료를 납부하지 않은 채 애플리케이션을 삭제하거나 회원을 탈퇴하는 방식으로 책임을 회피하면서 견인 비용의 상당 부분을 업체가 떠안고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한 전동 킥보드 업체 대표는 서울 시내 대여 사업 철수를 결정하며 “과태료 부담만 하루 1500만원을 넘는 날도 있었다”며 “현재의 단속 구조로는 정상적인 사업 운영이 사실상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 ‘보이면 즉시 견인’ 강력 규제
서울시와 자치구는 불법 주정차와 보행 안전 침해를 이유로 전동 킥보드에 대한 강경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전동 킥보드 사고는 연평균 2000건 안팎으로 발생했다. 서울시는 2024년부터 지하철역 출구, 버스 정류소, 택시 승강장 10m 이내 등을 모두 즉시 견인 구역으로 지정해 신고 접수 후 곧바로 견인하고 있다. 지난해 5월부터는 홍대 레드로드와 반포 학원가 등을 ‘킥보드 없는 거리’로 운영 중이다.지난해 10월 기준 서울 시내 전동 킥보드는 4개 업체가 2만5680대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는 고강도 견인 대책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스윙 등 일부 업체는 분 단위 대여 대신 월 단위 구독제로 운영 방식을 전환했다. 이용자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고 개인 공간 주차를 유도해 무단 주차를 줄이겠다는 취지다. 스윙 관계자는 “전국에서 약 2500대를 구독제로 운영 중인데 견인 비용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전동 킥보드와 자전거를 위한 주차 공간과 전용 도로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단속만 강화할 경우 공유 이동 서비스의 존립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해외 주요 도시처럼 PM 전용 도로와 주차 공간 확충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리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