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1월 28일 15:03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인도네시아 재벌 기업 시나르마스 그룹이 한국 자본시장에서 연이어 굵직한 인수·합병(M&A)를 단행하며 ‘큰 손’으로 부상하고 있다.2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시나르마스 그룹은 국내외 IB와 회계법인을 통해 잠재 인수 매물을 다각도로 찾고 있다. 주로 인프라와 테크 분야 기업을 중심으로 투자 대상을 살피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시나르마스 그룹이 한국에서 1조원 안팎의 투자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투자 의지가 알려지면서 IB들을 중심으로 매물 제안이 이어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시나르마스가 국내 M&A 시장에 이름을 알리게 된 건 2024년 화장지 업체 모나리자 인수였다. 시나르마스 산하 글로벌 제지 계열사인 아시아 펄프&페이퍼(APP)는 모건스탠리 프라이빗에쿼티(MSPE)가 보유하던 MSS홀딩스(모나리자·쌍용C&B)를 약 4000억원 안팎에 인수했다.
지난해에는 반도체 장비업체 호산테크를 인수하며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시나르마스의 에너지·자원 관련 투자 지주회사인 프론티어리소스는 국내 PEF 파라투스인베스트먼트와 골든루트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하던 호산테크 지분 약 90%를 1900억원대에 인수했다. 호산테크는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정에 사용되는 자동출하설비(ACQC)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반도체 기업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최근에는 IMM프라이빗에쿼티·IMM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이 보유한 현대LNG해운 인수를 추진 중이다. 시나르마스 측은 IMM 컨소시엄과 현대LNG해운 지분 100%에 대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후 당국 승인 절차를 밟고 있다. 거래가 성사될 경우 IMM 컨소시엄은 2014년 인수 이후 12년 만에 투자회수를 하게 되는 셈이다. IMM 컨소시엄은 2020년부터 현대LNG해운 매각을 타진해왔지만 가격 격차 등으로 거래가 이뤄지지 못했다. 시나르마스가 원매자로 등장하면서 회수 출구가 마련됐다는 평가다.
시나르마스 그룹은 아시아 내에서 한국이 가장 전략적 M&A를 단행하기 적합한 시장으로 낙점했다. 중국은 정책·지정학적 리스크가 크고, 일본은 의사결정 속도가 느린 반면 한국은 상대적으로 글로벌 자본이 접근하기에 제도적·실무적 장벽이 낮다는 점에서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아시아 주요국 가운데 실사와 거래 종결까지의 예측 가능성이 비교적 높은 편”이라며 “동아시아 투자 전략의 실행 무대로 적합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나르마스 그룹은 1938년 인도네시아에서 설립됐으며 창업자는 고(故) 에카 티프타 위자야다. 펄프·제지, 팜유·농업, 금융서비스, 부동산, 통신·기술, 에너지·인프라 등 다양한 사업 축을 기반으로 성장해왔으며, 주요 상장 계열사 시가총액을 합치면 수조원대 규모로 추산된다. 국내로 치면 롯데그룹과 유사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
오너 일가의 여러 자녀가 분야별로 핵심 계열사를 나눠 맡고있으며 이 가운데 M&A에 가장 적극적인 인물은 에너지·자원 계열을 담당하는 오너 3세 푸간토 위자야다. 그는 반도체 장비업체 호산테크 인수에 이어, 현대LNG해운 인수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그룹 에너지 계열사 골든에너지앤리소스 회장을 맡고있으며 UBS 출신으로 자본시장 경험도 갖췄다.
최다은/박종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