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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덫에 걸렸다" 경고…경제 갉아먹는 '1경2700조 폭탄' 공포 [글로벌 머니 X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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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덫에 걸렸다" 경고…경제 갉아먹는 '1경2700조 폭탄' 공포 [글로벌 머니 X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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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최근 저소득국과 중진국의 정부 부채가 늘면서 글로벌 경제의 뇌관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세계 경제의 기초 체력을 갉아먹는다는 우려에서다. 글로벌 실물 경제의 수요를 떨어트릴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상환금 역대 최대
    29일 세계은행이 지난달에 내놓은 '세계 부채 보고서 2025'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 동안 개발도상국이 해외 채권자에게 상환한 원리금은 그들이 신규로 빌린 자금보다 7410억 달러 많았다. 세계은행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70년대 이후 50년 만에 기록된 최대 규모의 자본 순유출'이다.


    단순하게 해석하면 가난한 나라들은 성장을 위해 돈을 빌려 쓰는 것이 아니라, 허리띠를 졸라매고 학교 예산을 삭감하며 만든 돈을 월스트리트의 자산운용사와 런던의 헤지펀드, 베이징의 국책은행 금고로 바치고 있다는 뜻이다. '자본의 낙수효과'는 사라지고, 가난한 곳에서 부유한 곳으로 돈이 빨려 올라가는 '부의 역이전'이 고착화되었다.

    보통 자본은 수익률이 낮은 선진국(자본 풍부국)에서 성장 잠재력이 높은 개발도상국(자본 빈곤국)으로 흘린다. 선진국은 이자 이익을 얻고, 개도국은 투자를 통해 성장하는 '윈-윈'이 가능한 구조다. 하지만 최근 해당 메커니즘이 깨지고 있다.


    개발도상국의 상환한 원리금은 단순한 자금의 이동이 아니다. 글로벌 총수요의 구조적 감소도 뜻할 수 있다. 소비 성향이 높은 개도국의 자금이 소비 성향이 낮은 선진국 금융기관으로 이동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실물 소비와 투자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인더밋 길 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금융 여건이 개선되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개발도상국들은 자신을 속여서는 안 된다"라며 "그들은 아직 위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채 축적은 계속되고 있으며, 때로는 새롭고 더 악성적인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정책 입안자들은 지금의 '숨 돌릴 틈'을 이용해 재정 건전성을 회복해야지, 다시 빚을 내러 시장으로 달려가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2024년 말 기준 저·중소득국의 외채 잔액은 사상 최고치인 8조 9000억 달러까지 불었다. 이들 국가가 2024년 한 해에만 지불한 이자 비용은 4150억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전년 대비 급증한 수치다.
    실물 경제는 침체
    부채 위기는 실물 경제인 인프라와 제조업 현장을 강타한다. 부채가 증가하면 정부가 가장 먼저 삭감하는 예산은 '당장 급하지 않은' 공공 인프라 투자이기 쉽다. 차세대 성장 엔진으로 불리는 '프런티어 마켓' 56개국의 투자 활력이 식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20년대 들어 이들 국가의 1인당 투자 증가율은 연평균 2% 수준으로 떨어졌다. 2010년대 평균(4%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투자가 멈춘다는 것은 미래의 성장 동력도 상실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채 상환 압박에 몰린 국가 상당수는 외화 유출을 막기 위해 이른바 '수입 압축' 정책을 펼친다. 꼭 필요한 식량이나 에너지를 제외한 기계, 전자제품, 중간재 수입을 틀어막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연구에 따르면 디폴트 사태 직후 해당 국가의 수입은 평균적으로 15% 급감하며, 이는 교역 상대국의 수출 감소로 직결된다.


    지난해 볼리비아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외환 보유고가 바닥나고 연료 수입 대금을 지불하지 못하게 되자, 볼리비아 정부는 민간의 달러 환전을 통제하고 수입 결제를 막아버렸다.

    이런 이유 등으로 볼리비아의 수입은 급감했고, 볼리비아에 공산품을 수출하던 주변국과 글로벌 기업들은 매출 타격을 입었다. UNCTAD(유엔무역개발회의)는 "33억 명의 사람들이 교육이나 보건보다 부채 이자 상환에 더 많은 돈을 쓰는 나라에 살고 있다"고 보고했다.





    국제사회가 수년째 신속하고 효율적인 부채 재조정을 외치고 있다. 하지만 오히려 악화했다. 전문가들은 현대 금융 시스템의 복잡성이 낳은 '구조적 병목' 때문이라고 진단하기도 한다.

    가장 큰 장애물은 '숨겨진 담보'다. 콩고공화국, 말라위 등 자원 부국들은 과거 저금리 시절 원유나 광물 판매 대금을 담보로 잡히고 돈을 빌렸다. IMF는 지난해 10월 정책 보고서에서 "담보부 대출은 재조정을 어렵게 만드는 핵심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과거 1980~90년대 부채 위기는 소수의 서구권 상업은행이나 선진국 정부와 협상하면 해결됐다. 최근에는 채권자 지형이 복잡하고 파편화돼 있다. 중국,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등 신흥 공여국들의 비중이 급증했다. 수천 명의 익명 민간 투자자로 구성된 유로본드 채권단도 얽혀 있다.

    '비채권 상업 대출'은 유로본드와 달리 집단행동조항(CACs)이 없는 계약이 많다. CACs는 채권자의 다수가 동의하면 나머지 소수도 합의 내용을 따르도록 강제하는 조항이다.

    이것이 없는 대출 계약은 소수의 반대만 있어도 전체 재조정이 막히는 '알박기'에 취약하다. IMF는 디폴트 선언 후 재조정까지 걸리는 평균 기간이 과거 1.1년에서 최근 2.5년으로 늘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부채 위기의 가장 치명적인 뇌관은 '국내 부채'다. IMF에 따르면 저소득국에서 총 공공부채 중 국내 공공부채가 절반을 넘는 국가 비중은 2014년 10%대에서 2024년 21%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문제는 이 국채를 자국의 시중은행들이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빚을 탕감하면 자국 은행 시스템의 자산이 부실화돼 뱅크런이 발생하기 쉽다. 가나의 경우 대외 부채 재조정을 위해 국내 부채 교환을 선행하는 과정에서 금융권에 막대한 충격이 가해졌다. 대외 빚을 깎자니 해외 신인도가 떨어지고, 국내 빚을 깎자니 자국 은행이 망하는 진퇴양난의 딜레마가 신속한 해결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지난해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세계 경제는 '저성장 고부채'의 덫에 걸려 있다"며 "특히 신흥국의 부채 비용은 투자를 압박하고 있으며, 이는 글로벌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주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개도국의 부채 위기는 '강 건너 불'이 아니다. 이미 그 파장은 수출과 수주 현장에서 나타날 수 있다. 한국의 대신흥국 수출 비중은 전체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부채 위기로 이들 국가의 구매력이 약화하면서 수출 전선에 차질이 생긴다.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겉보기 성장률은 유지될지 몰라도, 전통 제조업의 수출길은 좁아지고 있다.

    [글로벌 머니 X파일은 중요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세계 돈의 흐름을 짚어드립니다. 필요한 글로벌 경제 뉴스를 편하게 보시려면 기자 페이지를 구독해 주세요]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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