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최근 주력 사업인 반도체 부문 실적 반등세에도 불구하고 임원들에게 강도 높은 위기의식과 근본적인 경쟁력 회복을 주문했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지난주부터 전 계열사 부사장 이하 임원 2000여 명을 대상으로 '삼성다움 복원을 위한 가치 교육'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 이 회장은 영상을 통해 "숫자가 좀 나아졌다고 자만할 때가 아니다"라며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잠정 실적에서 매출 93조 원, 영업이익 20조 원을 기록하며 긴 부진의 터널을 벗어나 부활을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이 회장은 이러한 수치에 안주하는 것을 경계하는 건 현재의 호실적이 근원적 경쟁력 회복의 결과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4분기 20조 원의 영업이익은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과 같은 대외적 호재에 크게 의존한 것이 크다. 이 회장의 이번 발언은 시장 상황에 따라 롤러코스터를 타는 불안정한 실적이 아니라, 어떠한 파고에도 흔들리지 않는 '압도적 기술 격차'를 확보해야 한다는 강력한 주문인 셈이다.
특히 이번 교육에서 상영된 영상에는 고 이건희 선대회장의 '샌드위치 위기론'이 다시 등장했다. 앞서 이 선대회장은 2007년 1월 전경련(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단 회의에서 "중국은 쫓아오고 일본은 앞서가는 상황에서 한국 경제는 샌드위치 신세"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 회장이 이 같은 표현을 다시 꺼낸 건 중국과 일본의 경쟁 구도를 넘어 현재는 미·중 패권 경쟁까지 더해져 상황이 더욱 심각해졌음을 환기한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최근 주력 사업인 반도체 부문 실적 반등세에도 불구하고 임원들에게 강도 높은 위기의식과 근본적인 경쟁력 회복을 주문했다.
이 회장은 현재의 복합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3대 핵심 과제로 △인공지능(AI) 중심 경영을 통한 미래 시장 선점 △초격차 기술을 유지할 수 있는 우수 인재 확보 △유연하고 창의적인 기업문화 혁신을 꼽았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이 '마지막 기회'라는 표현을 쓴 것은 이번 반등 기회를 놓치면 다시는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절박함의 표현"이라며 "임원들에게 단순한 관리를 넘어 현장에서의 강력한 실행력을 요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세미나는 삼성인력개발원 주관으로 조직 관리 및 리더십 강화를 목표로 진행됐다. 참석한 임원들에게는 '위기를 넘어 재도약으로'라는 문구가 새겨진 크리스털 패가 수여됐다. 지난해 '역전에 능한 삼성인'을 강조했던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이제는 실질적인 재도약의 성과를 내야 한다는 의지를 담았다.
삼성은 2016년 이후 중단됐던 전 계열사 임원 대상 세미나를 지난해부터 재개하며 그룹 내부 기강을 잡고 '삼성다움'의 가치를 확산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