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에 ‘자연의 섭리’와 같은 당연한 법리란 건 없습니다. 가맹금에 별도의 법적 지위를 부여한 가맹사업법(가맹사업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의 기본 취지에 충실한 판결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15일 대법원 결론이 난 한국피자헛 ‘차액가맹금’ 소송에서 가맹점주들을 대리해 최종 승소한 현민석 법무법인 와이케이(YK) 변호사(사법연수원 39기·사진)는 25일 한국경제신문 인터뷰에서 그간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통용돼 온 차액가맹금 수취 방식을 “명확한 가격을 제시하지 않은 채 체결된 계약”에 비유하며 “가맹본부가 필수 품목 지정권을 남용해 부당하게 수취해 오던 ‘통행세’ 관행에 제동을 건 셈”이라고 평가했다.
‘부당이득’ 판단 기준 리딩케이스

한국피자헛 본사가 가맹점주 94명으로부터 2016~2022년 걷어간 차액가맹금 약 215억원을 돌려줘야 한다는 항소심 판결이 확정되자 외식업계는 발칵 뒤집혔다. 국내 프랜차이즈 본사 대부분이 차액가맹금을 주된 수익원으로 삼아 왔는데, 소송 결과에 따라 상당한 규모의 돈을 뱉어내야 할 수 있어서다. 차액가맹금 반환 요구 소송은 대외적으로 알려진 것만 20여개 브랜드를 상대로 이미 진행 중이다.
YK는 가맹점주 수천 명을 대리해 프랜차이즈 소송전의 전면에 나선 로펌이다. 현 변호사는 “한국피자헛 사건에 대한 판결이 다른 브랜드에 미칠 영향까지 미리 고민했다”며 “대법원 판결문에 적시된 논리가 차액가맹금의 법적 정당성을 다투는 유사 사건에도 적용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브랜드별 가맹 계약의 세부 구조에 따라 소송에서 따져야 할 개별 사실관계는 달라지겠지만, 한국피자헛 사건에서 확립된 부당이득 판단 기준은 변하지 않을 거란 얘기다.
이 사건 대법원 판결문은 2심의 논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고, 전에 없던 새로운 법리가 명시되지도 않았다. 가맹본부가 점주들로부터 차액가맹금을 수취하려면 그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가 필요하고, 가맹계약에 차액가맹금이 명시돼 있지 않다면 그 수령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는 2심 판단이 그대로 인정됐다.
업계 파장이 컸던 이유는 관행의 법적 정당성이 문제 된 최초의 사건이었고, 불법이라는 결론이 최종적으로 확정됐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차액가맹금이 가맹사업법상 가맹금의 일종이라는 2021년 헌법재판소 결정례를 인용하면서 계약의 ‘본질적 사항’인 가맹금을 수취하려면 가맹본부와 점주 간에 구체적인 의사의 합치가 요구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현 변호사는 “통상적인 물품공급계약에서의 유통 마진과 차액가맹금은 다르게 봐야 한다는 2심 법리가 대법원에서 배척되지 않았다는 점이 특히 의미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계속가맹금을 차액가맹금이 아닌 로열티 형태로만 수취해 온 경우라도 그 자체로 합의를 대신할 순 없는 것”이라며 업계 전반에 적용될 수 있는 논리임을 강조했다.
논란 10년 만에 확립된 법리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차액가맹금이 문제가 된 건 지금으로부터 꼭 10년 전이다. 2016년 미스터피자의 ‘치즈 통행세’ 논란, 2017년 바르다김선생의 위생마스크·살균제 구입 강제 사건 등이 대표적인 분쟁 사례다. 이를 계기로 공정거래위원회는 2019년부터 정보공개서(가맹 계약에 관한 각종 정보를 담은 문서)에 차액가맹금 지급 규모와 품목별 수취 여부 등을 기재할 것을 의무화했다.정보공개서에 관련 내용을 차질 없이 기재했더라도, 충분한 사전 합의가 없었다면 해당 차액가맹금은 부당이득이라고 못 박은 이번 판결을 기점으로 유통업계는 패러다임 전환을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투명하고 예측 가능한 차액가맹금 수취 구조를 확립하는 것이 추가적인 분쟁을 막을 길이기 때문이다.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직후 한국프랜차이즈협회는 “업계의 오랜 관행이자 유통업계의 일반적인 상거래 관행을 뿌리째 뒤흔드는 결정”이라며 강한 우려를 표했다. 현 변호사는 “마진을 떼 가는 게 관행적으로는 당연했을지 몰라도 ‘선험적 법리’란 건 없다”며 “기존 가맹 계약 관행은 ‘계약자유의 원칙’에 맞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어 “가맹사업의 특성을 고려해 제정된 가맹사업법의 입법적 결단에 주목해야 한다”며 “가맹본부들은 공정위 표준계약서에 주목해 가맹 구조를 세밀히 짜야 할 것이고, 공정위 차원에서의 행정적 단속과 가맹사업법 추가 정비 등 후속 작업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프랜차이즈 업계에서의 ‘상생 문화’ 확립은 경제 전반의 활력을 높이는 길이기도 하다는 분석이다. 현 변호사는 “대량의 원·부자재에 대한 가맹본부의 구매력도 결국 가맹점에서 나오는 것”이라며 “애초에 수익원을 소비자가 아닌 가맹점에서 찾으려 했던 게 문제다. 가맹 구조 하에서 나온 수익은 나누는 게 맞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수 은퇴자가 소규모·소자본·무경험으로 프랜차이즈 산업에 뛰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가맹 사업의 수익 구조 건전화는 어쩌면 우리 모두의 일”이라고 했다.
한국피자헛 사건 2심 판결 이후 법원에 줄줄이 접수됐으나 진척이 없었던 유사 사건들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현재 약 2000명이 넘는 가맹점주들이 치킨, 커피, 햄버거 등 20개 안팎 프랜차이즈 본사를 상대로 차액가맹금 소송에 뛰어든 상태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