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가 시작되던 첫날, 심장이 바닥으로 툭 떨어지는 전화를 받았다. 평소 심장병과 기도 협착으로 꾸준히 약을 복용하고 있던 반려견 똘이(시츄)의 보호자였다.
“최대한 보온에 신경 써 주시되, 코와 입은 조금만 가리고 바로 내원해 주세요.”
전화를 끊고 얼마 지나지 않아 병원 문이 열렸다. 5분도 채 걸리지 않았을 것이다.
부탁드린 대로 똘이는 담요에 몸을 꽁꽁 감싼 채였다.
귀 앞부분과 얼굴만 살짝 드러난 모습이, 이런 상황에서도 어쩐지 귀엽게 느껴졌다. 다행히 진료대 위에 올라온 똘이의 상태는 빠르게 안정되었다. 호흡은 차분해졌고, 혀 색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급한 불은 일단 껐다. 보호자분이 조심스럽게 말씀하셨다.
“집에서는 계속 혀가 파랬는데, 밖으로 나오니까 신기하게 괜찮아지더라고요. 그래도 혹시 몰라서 바로 왔어요.”
그 ‘혹시 몰라서’라는 말이, 이 아이를 지금 이 상태로 지켜낸 가장 중요한 선택이었다.

기록적인 한파가 이어지고 있다. 요즘 같은 추운 날씨에는 사람뿐 아니라 반려동물의 건강에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반려동물은 불편한 상황에 놓이더라도 말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장기간 노출되기 쉽고, 따라서 다양한 질환이 발생하거나 기존 질환이 악화되기 쉽다.
겨울철 실내에서는 난방으로 인해 실외와의 온도 차가 커지고, 공기가 건조해지기 쉽다. 이러한 환경 변화는 여러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가장 흔히 발생하는 문제는 호흡기 질환. 흔히들 감기는 추워서 생긴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건조한 공기가 호흡기 점막을 자극하고 방어 기능을 약화시키면서 감염에 취약한 상태를 만들기 때문에 호흡기질환의 발생이 더 쉽다.
특히 우리나라의 온돌 난방 환경에서는, 바닥에서 생활하는 반려동물이 사람보다 더 건조한 공기를 직접적으로 들이마시게 돼 감기에 더욱 쉽게 노출된다.
이미 기도 협착이나 호흡기 질환이 있는 아이들의 경우, 겨울철에는 호흡이 더욱 힘들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호흡기점막이 건조해지면 이미 좁은 기관 내경이 더욱 더 좁아질 수 있고, 심장병을 같이 앓는 경우가 많아 호흡이 힘들어져 혀가 파래지는 증상이 생기기도 한다.
건조한 환경은 호흡기 뿐만 아니라 눈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 안구 건조 증상이 심해질 수 있고, 경우에 따라 건성각결막염(KCS)이 발생하거나 악화되는 경우도 있다. 또한 피부 역시 수분을 쉽게 잃게 되어 가려움, 각질, 피부염이 심해질 수 있으므로, 겨울철에는 적절한 보습 관리가 중요하다.
간혹 겨울철 실내에서도 반려견의 옷을 입히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통풍을 방해해 오히려 피부 질환을 악화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정전기 자극이 가려움증을 유발하여 건조한 피부를 발로 긁다가 상처가 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또 겨울에는 음수량이 자연스럽게 줄어들면서 방광염이나 결석 등 비뇨기계 질환의 발생 위험도 높아진다. 산책이나 활동량이 감소하면서 근육량이 줄고, 이로 인해 관절 질환이나 근골격계 질환이 악화될 가능성도 커진다.
한파 속 외출 시 주의할 점
추운 날씨에 외출할 경우, 찬 공기가 갑자기 비강으로 유입되면서 비강이나 기도의 점막이 자극될 수 있다. 특히 입이 짧은 단두개종 반려견은 공기를 충분히 데워주는 비강 구조가 짧아 상대적으로 더 불리한 조건에 놓이게 된다.
한파로 인해 말초혈관이 수축하면 일시적으로 심장에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 심장 질환을 앓고 있는 반려동물의 경우, 겨울철은 각별한 관리가 필요한 시기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응급 상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사람이 두꺼운 외투를 입어도 추위를 느낄 정도의 한파라면, 반려견 역시 저체온증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어 장시간 산책은 피하고, 산책 시간은 짧게 하되 횟수를 나누는 것이 좋다.
또 눈이나 얼음 위를 오래 걷거나 발이 젖은 상태로 방치될 경우 발바닥 동상의 위험이 높아진다. 외출 전후로 지면 상태를 확인하고, 산책 후에는 발을 깨끗이 닦아 상태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겨울철, 반려견의 작은 변화에도 관심 필요
겨울은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이 크지 않더라도, 반려동물의 몸속에서는 서서히 부담이 쌓이는 계절이다. “추워 보여서”, “잠깐이라 괜찮겠지”라는 생각보다, 작은 변화에도 관심을 갖고 살펴보는 것이 반려동물의 건강을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황궁남 원장은 서울 강서구 마곡 인근에서 '동물병원숲'을 운영 중인 17년차 수의사다. 동물들의 아픔을 덜고 보호자와의 소통을 중시하는 진료에 누구보다 진심을 다하고 있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