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번 양보해 은행들이 담보인정비율(LTV)을 낮춰 기업 대출금액을 줄였다고 하죠. 그러면 은행이 돈을 덜 벌게 되는 것인데 왜 담합인가요?”최근 만난 시중은행 임원이 격앙된 어조로 이같이 토로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은행의 LTV 정보 교환 행위를 담합으로 판단해 과징금 총 2720억원을 부과했다고 발표한 직후였다.
공정위는 이들 은행이 교환한 정보를 바탕으로 기업·소상공인 부동산담보대출의 LTV를 낮춰 대출을 적게 해줬다고 지적했다.
은행권에선 공정위의 이 같은 판단을 두고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개인의 주택담보대출과 달리 기업의 부동산담보대출에서 LTV는 주로 리스크 관리 지표로 활용된다. 은행이 빌려준 돈을 돌려받기 어려워졌을 때 담보로 잡은 부동산을 팔아 얼마를 회수할 수 있을지 계산하는 데 참고한다는 얘기다. 대출한도는 신용등급, 현금흐름, 산업 현황 등 기업의 빚 상환 능력을 보여주는 경영·재무지표를 바탕으로 결정된다는 것이 은행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공정위 측 주장대로 LTV가 대출한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가정해도 ‘LTV를 의도적으로 낮춰서 대출을 덜 해주면 얻는 이득이 뭐냐’는 의구심이 남는다. 공정위는 “대출의 회수 리스크를 줄인 것이 담합으로 얻은 이득”이라고 했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히려 은행들이 건전성 관리마저 외면한 채 관대한 잣대로 대출을 더 많이 해줬다면 고개를 끄덕였을 것이다.
‘경쟁을 회피했다’는 공정위 판단 역시 대출 영업 현장을 모르고 하는 주장이라는 지적이 많다. 은행들은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치열한 영업 전쟁을 치르고 있다. 주요 은행은 지난해 하반기 시장금리 상승기에도 기업 대출을 따내기 위해 금리 인하까지 감수하며 경쟁을 벌였다.
물론 은행이 교환한 정보를 악용해 부당한 이익을 취할 개연성을 경계해야 한다. 하지만 공정위의 판단이 대출 영업을 위축시켜 경쟁을 가로막을 수 있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된다. 이번 제재 결과를 보면 아이러니하게도 당시 기업금융을 공격적으로 확대한 하나은행이 제일 많은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정부가 생산적 금융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공정위 제재는 은행들이 리스크를 감수하며 적극적으로 기업 대출을 확대할 의지를 떨어뜨릴 수 있다. 공정한 경쟁을 촉진한다는 선한 의도가 오히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한 은행의 자금 공급을 위축시키지는 않을지 우려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