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1월 23일 17:39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코스피 5000 시대에 정부·여당이 주도하는 기업 거버넌스(지배구조) 개혁은 고삐를 당겨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주가순자산비율(PBR) 등 지표 상승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차 등 일부 대형주들의 주가 급등에 따른 결과일뿐, 중소형주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큰 변화가 없었기 때문이다. ROE 개선이 없으면 주가 급등은 버블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23일 프레스센터에서 기업거버넌스포럼이 개최한 긴급 좌담회에 참석한 국내 행동주의펀드·가치투자 운용사 대표들은 일제히 코스피 5000 달성에 축포를 터뜨리기보다 경계하며 개혁의 지속성을 강조했다.
김형균 차파트너스 상무는 "기본적으로 회사의 자기 자본이 어느 정도 가치로 인정받는지는 그 회사가 내는 자본의 수익성, 즉 ROE에 따라 결정된다"며 "꾸준하게 ROE가 늘면서 밸류에이션이 높아지는 모습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스피 5000은 정부와 국회의 거버넌스 개혁과 지수의 35%를 차지하는 인공지능(AI)·반도체 주식 이익 증대로 인한 결과"라며 "코스피 5000은 결과일 뿐, 핵심은 ROE인데 중소형주 ROE는 크게 변화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기업들의 ROE가 낮은 이유는 과도한 현금 등 비영업자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 상무는 "수많은 기업들이 말도 안되는 규모의 순현금을 회사에 쌓아놓는다"면서 "놀고있는 돈은 주주에게 환원시키거나 투자해야 ROE가 올라간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밸류업 보고서에 영업자산과 비영업자산을 구분해 공시하고 비영업자산의 활용방안을 공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라 ROE 개선 효과와 목표를 공시해야 한다는 제안도 덧붙였다.
최준철 VIP자산운용 대표는 "(코스피지수 5000 돌파가) 자칫하면 착각을 일으킬 수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잘 가려서 봐야 될 것 같다"며 "금융지주 등 소유분산기업들은 많은 변화를 보여줬지만 최대주주 지분이 많고 회사 규모가 작을수록 현장에서 변화 체감을 잘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개혁 법안에 대한 논의가 길어져 기업들에게 유예 기간이 주어질 경우 소액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하는 결정이 빈번하다고 지적했다.
최 대표는 "코스피 5000의 온기가 전체적으로 퍼지려면 이 개혁의 동력이 여기서 멈춰서는 안 된다"면서 "경영자들의 태도가 바뀌고 이사회가 바뀌면서 저점을 높여가는 펀더멘탈이 탄탄한 시장으로 갔을 때 샴페인을 터뜨릴 수 있을 것 같다. 아직은 아니다"라고 했다.
심혜섭 변호사(남양유업 상근감사)는 "주주충실의무 입법화와 집중투표제 의무화, 분리선출 확대 등은 1년 전만 해도 상상도 못했지만 다른 나라도 손을 놓고만 있었던 건 아니다"라면서 "자본은 희소한 자원이고 어떻게든 끌어들여서 활용해 AI 시대에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주주들의 목소리가 주주총회에 잘 전달되도록 주주총회 소집통지와 관련된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이외에도 좌담회 참석자들은 국민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수책위)의 '깜깜이' 의사 결정과 상법상 허용되는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한 소수주주 축출, 지나치게 긴 시간이 소요되는 주주대표 소송 등을 문제로 지적했다.
이날 좌담회엔 더불어민주당 '코스피 5000 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오기형 의원도 참석했다. 오 의원은 "거버넌스포럼의 제안은 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며 "좌담회에서 열심히 들은 내용을 토대로 향후 어떻게 풀어갈지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송은경 기자 nor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