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만 하더라도 한 판에 6000원이면 샀던 것 같은데, 지금은 8000원이네요." 설 명절을 앞두고 조류 인플루엔자(AI) 여파에 계란 가격이 급등하며 장바구니 물가 부담을 늘리고 있다. 장을 보러 마트를 찾은 권모 씨는 "계란을 집다가 가격을 보고 놀랐다. 이건 너무 심하다"고 토로했다.
24일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전날 계란 특란 한 판(30개) 소비자 가격은 대형마트 기준으로 8100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2월(5214원)과 비교하면 한 달여 만에 55% 껑충 뛴 수준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집계 기준으로도 7999원을 기록해 지난달 5214원 대비 53% 폭등했다.
이처럼 최근 계란 가격이 급격하게 오른 배경에는 겨울 들어 기승을 부리는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가 있다. 고병원성 AI는 이번 동절기에만 전국에서 37차례 발생했다. 올해 확인된 H5N1 바이러스는 예년보다 감염력이 10배 이상 높고 훨씬 적은 양으로도 더 빠르게 폐사할 만큼 강해졌다. 이 바이러스가 농가로 번지면서 살처분된 산란계만 450만 마리에 육박한다.
통상 산란계 살처분이 400만 마리 넘게 이뤄지면 계란값도 오른다. 산란계 450만 마리 살처분으로 인해 줄어드는 계란 생산량은 270만개 수준이다. 전국에서 하루 생산하는 계란이 5000만개가량임을 감안하면 5% 넘는 물량이 줄어드는 셈이다. 공급이 급감하면서 소비자 가격에도 빠르게 반영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마트를 찾은 박모 씨도 "곧 설이라 전도 부치고 떡국에 지단도 올려야 하는데 마트 올 때마다 가격이 오르는 것 같다. 예전에는 부담 없이 장바구니에 넣던 계란인데…"라며 말을 흐렸다.
업계 관계자도 "계란은 설 명절 상차림은 물론 일상에서도 빠질 수 없는 재료라 평소에도 높은 수요가 명절을 앞두고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수요는 늘어나는 데 반해 조류 인플루엔자에 따른 공급 위축이 맞물리면서 가격이 빠르게 치솟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 정부도 가격 안정 대책을 내놓고 있다. 정부는 이달 미국산 신선란 224만개를 국영무역 방식으로 수입하기로 했다. 해외 계란 수입을 확대하고 대형마트와 식자재 공급망에 유통해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앞서 2021년에도 산란계 살처분 여파에 계란값이 치솟자 미국산 계란 3000만개를 수입한 바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쉽사리 계란값이 안정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새로 닭을 키우는 데 시간이 들기에 산란계 살처분으로 위축된 공급이 회복되기에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 또한 1월이 AI 최절정기인 데다 설 명절을 앞둔 수요 증가도 이유로 꼽힌다.
계란값 상승이 장바구니 물가 전반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빵이나 과자, 외식 메뉴 등 계란이 쓰이는 다양한 품목으로 가격 상승이 전이될 수 있다"며 "물가 전반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