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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돈은 결국 땅으로 향할까'…주거 넘어 '권력'이 된 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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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돈은 결국 땅으로 향할까'…주거 넘어 '권력'이 된 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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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에서 부동산은 종교이자 공포이며, 동시에 신분이다. 서울의 아파트 가격 추이는 매일 아침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세대와 계층을 불문하고 모였다 하면 '집값'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가 '지금 사야 하나'라는 조급한 질문에 몰두하는 동안 이 거대한 자본의 흐름이 어디서 비롯됐는지를 묻는 일은 늘 뒤로 밀려왔다. 왜 돈은 늘 땅으로 향하는가. 이 근본적인 질문을 정면으로 던지는 책 <부동산은 어떻게 권력이 되었나>가 최근 국내에 번역 출간됐다.


    저자는 이코노미스트, 월스트리트저널 등에서 경제 기자를 지낸 마이크 버드다. 그는 부동산이 단순히 '비싼 자산'이기 때문에 힘을 갖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부동산은 새로 만들어낼 수 없고 이동할 수 없으며, 무엇보다 금융 시스템의 가장 안전한 '담보'로 기능한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를 '토지의 덫'이라 명명한다. 토지가 금융과 결합하는 순간 부동산은 단순한 주거 공간을 넘어 국가의 부와 권력을 재편하는 핵심 장치가 된다는 것이다.

    책의 궤적은 방대하다. 고대 바빌로니아의 토지 소유권 분쟁부터 중세 유럽의 봉건제, 그리고 미국 독립 이전의 식민지 토지 제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특히 19세기 사상가 헨리 조지의 '단일세' 주장을 인용하며, 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왜 빈부 격차가 해소되지 않는지에 대한 해답을 토지 임대료 수익에서 찾는다. 저자에 따르면 토지는 수천 년간 세금, 군사력, 신용을 매개하는 권력의 상징이었다. 현대의 디지털 금융 시스템은 오히려 이 고전적인 '토지의 힘'을 더욱 위험천만하게 강화하고 있다.


    저자는 이론에만 머물지 않고 일본, 싱가포르, 중국의 사례를 통해 토지의 금융화가 가져오는 명암을 극명하게 대비시킨다. 1990년대 일본은 저금리를 바탕으로 한 부동산 버블이 붕괴하며 '잃어버린 수십 년'의 늪에 빠졌다. 반면 싱가포르는 토지의 공공 소유와 엄격한 통제를 통해 주거 안정을 꾀하는 독특한 길을 걸었다. 최근 중국 헝다그룹의 파산 사태는 토지에 과도하게 의존한 성장 모델이 직면한 한계를 여실히 드러낸다.

    이런 사례들은 2026년 현재 한국 사회와도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한국어판 특별 서문에서 저자는 한국의 상황을 냉철하게 진단한다. 그는 한국이 아직 파국에 이르지는 않았으나, 부동산 과열이 낳은 지역 간 격차와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이라는 사회적 비용이 이미 통제 불능의 상태로 치닫고 있음을 경고한다. 부동산을 주거 정책이나 투자 문제로만 바라볼 경우 이 구조적 변화는 보이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이 책은 집을 살지 말지를 고민하는 독자에게 즉각적인 답을 주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자본주의라는 거대한 기계가 어떻게 '땅'이라는 연료를 사용해 구동되는지를 보여주는 '매뉴얼'에 가깝다. '왜 우리는 부동산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지적인 답변을 제공한다. 지난해 영국에서 출간 당시 파이낸셜타임스는 이 책을 '올해의 경제서' 중 하나로 꼽기도 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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