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구보다 뜨겁게, 주체적인 인생을 산 폴란드 여성 화가 타마라 드 렘피카(Tamara de Lempicka)의 대표작 '녹색 부가티를 탄 타마라'(1929년 작)에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여성상이 담겨있다.
"렘피카가 실제로 부가티를 타진 않았다고 해요. 그렇지만 '신여성'의 개념을 수립하는 데 도움을 준 그녀의 그림은 1930년대 여성 잡지 표지에 많이 실렸어요. 일도 하고, 자신이 원하는 사람과 사랑을 나눠도 죄책감을 갖지 않는 그런 여성 말이에요." (뮤지컬 '렘피카'의 레이첼 채브킨 연출)

렘피카의 삶을 무대로 옮긴 브로드웨이 뮤지컬 '렘피카'가 오는 3월 한국에 처음 상륙한다. 브로드웨이에 이어 전 세계 두 번째 공연이다. 22일 서울 강동구 강동아트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난 채브킨 연출은 "렘피카는 자신의 기쁨을 찾으려는 의지와 생존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는 인물"이라며 "그녀의 진솔한 모습을 담아낸 이번 작품을 통해 정열이 넘치는 짜릿한 느낌을 맛볼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작품은 '전쟁'과 '사랑'이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렘피카의 86년 인생을 압축한다. 1894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태어난 렘피카는 러시아 혁명과 전쟁의 포화를 피해 가족과 함께 프랑스 파리로 피신한다. 생계를 위해 붓을 들었던 렘피카는 기하학적 실루엣과 대담한 색채가 돋보이는 독창적인 스타일을 구축하며 '아르데코의 여왕'으로 주목받는다. 그러던 어느 날, 자유로운 영혼의 여성 '라파엘라'를 만나고 모델과 화가 이상의 관계로 발전해 나간다. 채브킨 연출은 "렘피카와 라파엘라의 관계, 그리고 렘피카의 결혼이 어떻게 몰락해 가는지를 평행 구조로 보여줄 것"이라며 "역사적인 사건에 몰입하기 보다는 한 인간으로서 렘피카가 겪는 감정적 변화와 여정에 집중해달라"고 했다.
화가가 주인공인 만큼 렘피카의 화풍도 무대에서 느낄 수 있다. "무대에서 비대칭적인 느낌을 많이 받으실 거예요. 렘피카 작품 중에 여성들이 서로 뒤엉켜 있는 그림이 있는데, 배우들이 그림과 같은 포즈로 서 있도록 여러 각도를 탐구했어요. 앙상블 안무에서도 렘피카 그림과 같은 느낌을 많이 살렸어요."

'렘피카'의 첫 한국 공연을 준비하기 위해 전날 입국한 채브킨 연출은 여전히 남성 연출가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브로드웨이에서 활약하고 있는 여성 연출이다. 뮤지컬 '하데스타운', '그레이트 코멧' 등 화제작을 연출했고, 2019년에는 '하데스타운'으로 여성 연출가 최초로 토니 어워즈 연출상을 받았다. 그는 "'렘피카'의 중심에는 영웅으로 그려지는 남성 캐릭터 대신 여성 인물이 있다"며 "작품을 만들며 우리도 모르게 남성우월주의에 젖어있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볼 수 있었다"고 했다.
이번 공연에는 한국 뮤지컬계를 대표하는 여성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렘피카 역에는 김선영, 박혜나, 정선아가 발탁됐다. 그녀의 뮤즈 라파엘라 역은 차지연, 린아, 손승연이 연기한다. 채브킨 연출은 "배우들에게 요구되는 감정은 오페라에서나 볼 수 있는 극한의 감정"이라며 "이전 작품에서 본 배우들보다 훨씬 더 용기 있고 절실한 모습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렘피카'는 오는 3월 21일부터 6월 21일까지 서울 삼성동 NOL씨어터 코엑스 우리은행홀에서 만날 수 있다.
허세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