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서 매매 후 소유권이전등기가 신청된 집합건물의 거래가액 대비 채권최고액 비율은 평균 48.9%였다. 채권최고액은 금융회사가 대출을 내줄 때 원금의 120~130%를 설정하는 회수 한도액이다. 이 비율이 50%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20년(48.1%) 후 처음이다.
대출 규제 무풍지대에 있는 현금 부자가 매수세를 주도하며 지난해 서울 아파트는 역대 최고 상승률인 8.98%를 기록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대출 규제가 집값은 잡지 못하고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문턱만 높였다”고 지적했다.
고강도 대출 규제에…더 힘들어진 실수요자 '내 집 마련'
"집값 아닌 실수요자 잡는 규제"…올해는 주담대 받기 더 힘들 듯
서울 강북권의 대표적 실수요 단지로 꼽히는 신당동 ‘약수하이츠’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17억1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불과 1년 전(13억원)과 비교해 30% 넘게 급등했다. 하지만 대출 규제 탓에 자금 조달은 훨씬 어려워졌다. 최근 거래가를 기준으로 현재 이 아파트를 살 때 받을 수 있는 주택담보대출은 최대 4억원에 불과하다. 1년 전인 지난해 초에는 같은 가격이라도 소득 요건만 맞으면 최대 11억9700만원(담보인정비율 70% 적용)까지 빌릴 수 있었다. 같은 아파트를 사는 데 필요한 현금이 약 5억원에서 13억원으로 세 배 가까이 폭증한 셈이다."집값 아닌 실수요자 잡는 규제"…올해는 주담대 받기 더 힘들 듯

◇ 서울 아파트값, 文정부 때보다 급등
22일 금융권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서울 아파트 매수를 포기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6·27, 10·15 부동산 대책 등으로 주담대 규제가 강화하면서다. 현재 서울에서 받을 수 있는 주담대는 최대 6억원이다. 15억원 초과 25억원 이하 아파트는 최대 4억원, 25억원을 넘는 아파트는 2억원까지만 대출이 가능하다. 지난달 은행권 주담대 잔액은 전월 대비 7000억원 감소해 34개월 만에 처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강도 높은 규제에도 서울 아파트 가격은 치솟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개포동 ‘디에이치아너힐즈’ 전용 84㎡는 지난달 39억원에 거래됐다. 1년 전(32억4000만원) 거래가격과 비교하면 6억6000만원 급등했다. 같은 기간 염리동 ‘마포자이더센트리지’ 전용 84㎡는 17억4000만원에서 24억1000만원으로 상승했다. 노량진동 ‘신동아리버파크’(전용 84㎡)도 11억5000만원에서 15억1500만원으로 오르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8.98%)은 과거 집값 상승세가 가팔랐던 문재인 정부의 8.03%(2018년)를 넘어섰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대출 규제에 영향을 받지 않는 ‘현금 부자’나 기존 집을 팔고 갈아타는 수요 위주로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면서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주택 매입 때 주담대를 동원하는 비중이 줄어들었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대비 채권최고액 비율은 1월 52.4%에서 12월 45.4%로 하락했다. 주거 선호도가 높고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지역일수록 하락폭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강남구는 54.8%에서 35.2%로 급락했다. 매매가 20억원짜리 아파트를 구입할 때 대출 규모가 약 9억1300만원에서 5억8600만원으로 줄었다는 뜻이다. 용산구(63.4%→34.7%), 서초구(41.3%→34.3%), 송파구(42.2%→35%) 등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 올해 가계부채 고삐 더 죌 듯
올해는 ‘내 집 마련’ 문턱이 더 높아질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에 고삐를 더욱 죄고 있기 때문이다. 당국은 가계부채 증가율을 경상성장률 이내로 관리한다는 목표하에 연초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정하고 은행별로 대출 공급 한도를 제한한다. 올해는 증가율 2%대 초반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은행권을 향한 압박 수위도 높아질 예정이다. 고액 주담대에 대해 은행권에 페널티를 주는 방안이 추진되면서다. 오는 4월부터 고액 주담대에 대한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 출연요율 차등화가 시행된다. 현재는 대출 유형에 따라 0.05~0.3%를 적용하지만, 앞으로는 대출금이 평균(약 2억3300만원)의 두 배를 넘으면 최고 요율인 0.3%를 부과한다. 은행 입장에선 출연료 부담을 피하기 위해 4억원 초과 대출 취급을 꺼릴 수밖에 없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지역과 소득 격차를 무시한 기계적인 대출 총량 규제는 결국 선의의 실수요자만 피해를 보게 만들고 시장을 왜곡시킨다”며 “대출 규제는 건전성 관리 수단으로 남겨두고, 집값 안정은 확실한 공급 확대 신호를 통해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