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브라우저 원조 넷스케이프를 만든 유명 벤처투자자 마크 앤드리슨은 2011년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잡아먹고 있다”고 선언했다. 소프트웨어가 기업의 모든 의사결정 구조에 침투해 생산성을 높였다는 것이다. 그랬던 소프트웨어가 15년 만에 반대 처지가 됐다. 미국 대형 벤처캐피털(VC) 코슬라벤처스의 이든 최 파트너(사진)는 “과거 모든 산업을 혁신한 소프트웨어가 이제는 인공지능(AI)에 의해 혁신의 대상이 됐다”고 평가했다.최 파트너는 21일(현지시간) “소프트웨어 시장이 첫 번째로 파괴적 혁신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계인 그는 오픈AI 초기 투자사인 코슬라벤처스에서 기업용 소프트웨어, 핀테크, 전자상거래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있다. 이어 “세일즈포스 같은 기존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혁신가의 딜레마’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기업 생태계를 혁신하며 시장을 장악했지만, 그 장악력이 오히려 혁신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평가다. 최 파트너는 “세일즈포스가 주요 수익원인 소프트웨어를 무의미하게 만들기란 어렵다”며 “각 기업에서 세일즈포스를 이용하는 직군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사이 AI로 무장한 스타트업은 무서운 기세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최 파트너는 “AI 전사적자원관리(ERP) 기업 듀얼엔트리와 캠프파이어, AI 회계기업 릴리트가 오라클 회계관리 소프트웨어 넷스위트의 데이터를 이전하는 데 몇 주밖에 안 걸렸다”며 “예전에는 몇 년이 걸리던 일”이라고 전했다. 다만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의 종말이라고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소프트웨어 기업이 관리하는 데이터의 보안 수준이 높거나 중요할수록 대체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최 파트너는 AI 시대에 소프트웨어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둘 중 하나가 필요하다고 봤다. 헬스케어·법률 등 특정 직무의 업무 흐름을 완전히 통합할 수 있거나 혹은 수준 높은 AI 모델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는 “범용 소프트웨어 기업 주식은 갖고 있는 것 자체가 위험하다”고 조언했다.
실리콘밸리=김인엽 특파원 inside@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