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킨 한 마리를 주문하려면 배달비를 포함해 3만원까지 가격이 뛰면서 심리적 마지노선을 넘나든다는 반응이 나온다. 프랜차이즈 치킨 대신 대형마트나 편의점 치킨 등 비교적 저렴한 대체재를 찾거나 중량은 다소 적지만 가격이 싼 '반 마리' 주문 수요가 늘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상당수 지역 교촌치킨 가맹점에서는 대표 메뉴인 '허니콤보', '레드콤보' 배달 가격이 각각 2만6000원으로 올랐다. 배달비가 4000원 수준이라고 하면 배달 치킨 한 마리가 3만원에 육박하는 셈이다. 다른 치킨 브랜드 역시 가격을 올리면서 3만원도 넘는 치킨도 늘고 있다.
처갓집양념치킨 대표 메뉴 '슈프림양념치킨', '순살반반치킨'은 각각 2만7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네네치킨 '베트남핫스파이스치킨' 가격도 2만7000원이다. 배달비까지 감안하면 3만원을 넘는다고 볼 수 있는 가격이다.

직장인 황모 씨는 "몇 년 전만 해도 금요일 저녁마다 퇴근길에 치킨 주문하고, 편의점 들러 맥주를 사다 치맥(치킨+맥주)을 즐겼다. 2만원 내외면 가능했다"면서 "이제는 배달 앱에서 주문할 때 두서 번 고민하게 된다. 치맥이 더 이상 '소소한 즐거움'이 아니게 됐다"고 털어놨다.
2022년 전후로 마리당 2만원 시대를 연 치킨값이 어느새 3만원을 넘보고 있지만, 정작 점주들 수익성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서울시 조사에 따르면 프랜차이즈 외식업 가맹점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8.7%에 불과했다. 매출의 절반(49.5%)이 본사가 공급하는 원·부자재 비용으로 빠져나갔고 온라인플랫폼으로 분류되는 배달과 모바일상품권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도 10.8%에 달했다.
이처럼 "팔아도 남는 게 없는" 상황에서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는 배달 치킨 가격을 가맹점주가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하는 '자율가격제(이중가격제)'를 도입해 각 매장의 배달 가격 인상으로 이어졌다. 점주들은 "배달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입장이지만, 소비자들은 "체감 가격이 심리적 저항선을 넘었다"는 반응이 많다.

치킨값이 오르자 대형마트 즉석조리 치킨이 뜨고 있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통큰치킨'을 5000원에 판매해 10만 마리를 완판시켰고 이마트와 홈플러스도 3000~4000원대 치킨으로 맞불을 놨다. 행사 가격이 아니더라도 대형마트 치킨 가격은 만원 이내로 형성돼 있다. 편의점 냉동 치킨과 닭강정도 대체재로 자리 잡고 있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 역시 통상 한 마리 단위로만 팔던 치킨을 '반 마리 제품'으로도 선보이며 가격을 낮췄다. 굽네치킨 장각구이는 한 마리 2만5900원에 판매되지만, 반 마리를 선택하면 가격이 1만5000원으로 떨어진다. 배달비를 포함해도 2만원 안쪽으로 해결 가능한 가격이다.
업계에서는 고물가 흐름이 장기화하면서 소비자 부담이 과중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치킨 원가율이 외식업 평균을 웃돌긴 하지만, 고물가로 인한 소비 위축 국면에서 추가적 가격 인상은 매출 감소로 직결될 수 있다"며 "치킨 가격을 둘러싼 점주들 불만과 소비자 피로감이 당분간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