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 지어 놓고 이렇게 비워두니까 아깝죠. 빈집이 많으니 집을 사려는 사람도 적고 서울과 분위기가 아주 다릅니다.”
22일 찾은 대구 달서구 ‘상인푸르지오센터파크’는 텅 비어 있었다. 주요 출입구와 지하 주차장 입구는 차단막으로 막혀 있고 오가는 사람도 없었다. 990가구 규모의 이 단지가 준공된 건 2024년 4월이다. 계약률이 낮아 단지 전체가 기업구조조정부동산투자회사(CR리츠) 매입을 앞두고 있다.
대구 지역 부동산 시장 침체가 지속되고 있다. 수성구 등 일부 지역은 반등세를 보이지만 미분양 적체로 당분간 이런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대 1억원 할인·책임 분양까지 등장

이날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대구의 주간 아파트 매매가(지난 19일 기준)는 0.04% 떨어지며 112주째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2022년 시작된 하락이 4년째 이어지고 있다.
미분양도 여전하다. 국토교통부 주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대구의 미분양 물량은 7218가구에 달했다. 2022년(1만3445가구)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줄었지만 광역시 중 부산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역시 3719가구에 달한다.
도심에도 미분양 아파트가 적지 않다. 지난해 10월 준공한 동구 ‘e편한세상동대구역센텀스퀘어’(322가구)는 KTX 동대구역 바로 앞이지만 미분양 물량이 남아 있다. 오는 4월 입주를 앞둔 동구의 ‘벤처밸리푸르지오’(540가구)도 비슷한 상황이다. 계약할 때 집값의 20% 이상을 깎아주거나 1년 후 집값이 내려가면 그만큼을 보상하는 책임 분양을 하는 단지도 있다. 분양 관계자는 “대구에서 미분양인 단지는 모두 할인 분양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발코니 확장, 무료 옵션뿐 아니라 현금으로 1억원가량 할인해주는 단지도 많다”고 했다.
◇입주 물량 감소…하반기 반등 기대
전문가들은 올 상반기까지 대구 전체 부동산 시장이 반등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봤다. 6월까지 입주 대기 물량이 1만 가구를 웃돌아서다. 그간 대구 부동산이 어려움을 겪은 것은 공급 과잉 때문이었다. 2023년에는 입주 물량이 3만4000가구에 달했다. 적정 공급 수준인 1만~1만5000가구를 크게 넘어섰다. 2024년 2만4000가구로 줄었고 지난해에는 1만2000가구로 그나마 수급 균형을 이뤘다. 하지만 그동안 쌓인 물량이 부담으로 남아 있다.하반기 입주하는 단지는 1곳(299가구)에 불과해 공급 과잉 문제가 다소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추가 분양도 많지 않을 전망이다. 대구시는 2023년 2월부터 신규 주택 인허가를 중단했다. 지역 건설사의 몸 사리기도 이어지고 있다. HS화성과 서한은 올해 말까지 대구에서 신규 분양할 계획이 없다.
송원배 빌사부 대표는 “지난해 상반기 밀어내기식으로 분양한 후분양 단지가 시장 회복을 지연시킨 만큼 건설회사와 금융회사는 시장의 확실한 신호가 없는 한 섣불리 분양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라며 “2026년 신규 물량은 유동적이지만 미분양이 5000가구 수준으로 조절되면 부동산 시장 회복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부 지역에서는 가격 반등 기대가 커지고 있다. 수성구의 대장 아파트 ‘두산위브더제니스’ 전용면적 143㎡는 지난달 20억7000만원에 신고가를 썼다. 호가는 22억~23억원까지 올랐다. 지역 한 건설사 관계자는 “서울처럼 대구도 수성구, 중구 등의 ‘똘똘한 한 채’ 중심 시장으로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며 “다른 지역도 바닥을 다지고 있어 올해 하반기부터 회복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대구=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