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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차쓰고 왔어요"…1020, 팔 걷고 헌혈하러 온 반전 이유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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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차쓰고 왔어요"…1020, 팔 걷고 헌혈하러 온 반전 이유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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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 부평에서 1시간30분 걸려서 왔어요. 고등학교 때 이후 6~7년 만에 헌혈해요."

    직장인 임송이(26) 씨는 22일 오전 10시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헌혈의 집 신촌센터에서 이같이 말했다. 임씨가 7년 만에 헌혈의 집을 방문한 이유는 그룹 엔하이픈의 미공개 포토카드 세트를 받기 위해서였다. 임씨는 "오늘 연차내고 헌혈의 집에 왔다. 그동안 '헌혈하고 싶다'는 생각도 못 하고 있었는데 특전 덕분에 오게 됐다"며 "주변 친구들도 멋있는 덕질이라고 말해준다. 무엇보다 덕질하면서 뿌듯함을 느낄 수 있어서 좋다"고 설명했다.



    헌혈의 집 신촌센터의 대기실은 기존 헌혈의 집 인테리어와도 달랐다. 센터에 들어서자마자 엔하이픈 앨범과 CD, 콘셉트 여권 등으로 꾸며진 포토존이 보였다. 센터 창문 일부에는 엔하이픈 그룹명이 적힌 노란색 폴리스라인 테이프까지 붙어있었다. 소파, 전광판, 안내데스크 등으로만 구성된 대기실이 마치 아이돌 팝업스토어처럼 꾸며진 것이다.


    이날 센터에서는 계속해서 엔하이픈 노래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임씨는 "헌혈의 집은 긴 바늘이 있고 피를 뽑는 무서운 곳이라는 이미지가 조금 있었는데 이렇게 꾸며놓으니 친근하게 느껴진다. 자주 헌혈하러 오고 싶다"며 "유명 유튜브 채널 스튜디오에서 엔하이픈 팝업한 것보다 더 퀄리티가 좋다는 평도 팬들 사이에 많다"고 전했다.
    봉사·의료 공간서 '덕질 명소'로 변신한 헌혈의 집

    '헌혈의 집'이 덕질(좋아하는 것에 몰입하는 행위)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팝업스토어처럼 꾸며진 헌혈의 집은 물론 기념품으로 문화상품권, 식음료(F&B) 브랜드 교환권뿐만 아니라 연예인 포토카드 등을 수령할 수 있어서다.


    헌혈의 집 변화 이면에는 '혈액 수급 부족' 문제가 깔려있다. 이날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에 따르면 전국 혈액 보유량(적혈구제제)은 2만962유닛이었다. 1일 소요량이 5052유닛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4.1일분 수준으로 보건복지부 권장 혈액 보유량인 5일분에 못 미친다. 지난해 12월 초부터 5일분 미만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1월 헌혈자 수 또한 20만명을 채우지 못할 전망이다.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의 헌혈통계에 따르면 매달 헌혈자 수는 통상 20만명을 넘어왔다. 다만 지난해 1월 최초로 헌혈자 수 20만명대 선이 깨질 정도로 1월 헌혈자 수가 줄고 있다. 지난 2024년 1월 헌혈자 수는 21만4446명에서 지난 2025년 1월 18만8617명으로 쪼그라들었다. 이날까지 집계된 올해 1월 헌혈자 수 또한 13만8772명으로 20만명을 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 관계자는 "지난해 1월의 경우 설 연휴로 인해 헌혈 참여가 일시적으로 감소한 영향이 있었다"며 "올해는 예년보다 독감이 빨리, 장기간 지속되면서 헌혈 참여가 전반적으로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엔하이픈 프로모션으로 헌혈자 수 238% '증가'

    반대로 엔하이픈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는 헌혈의 집 신촌·성수·강남역센터는 헌혈자 수가 늘고 있다. 세 센터 모두 엔하이픈 프로모션을 진행한 첫날인 지난 16일 당시 센터 개소 이후 최대 헌혈 실적을 찍었다. 당일 헌혈자 수는 406명으로 전주 대비 238.33% 증가했다. 주간 수치로 보면 프로모션 첫 주에 모인 헌혈자는 1677명으로 지난주 606명보다 1071명 늘었다.

    생애 첫 헌혈자도 늘었다. 엔하이픈 프로모션을 진행하기 전인 9일에서 13일 동안 세 센터에서 집계된 생애 첫 헌혈자는 30명이었다. 그러나 프로모션 이후 588명으로 증가했다. 헌혈자 증가수인 1071명에서 절반 이상인 54.9%가 생애 첫 헌혈자일 정도로 헌혈 유입이 늘었다.


    헌혈의 집 신촌센터 관계자는 "엔하이픈 프로모션을 하기 전에는 하루 헌혈 예약자가 30~40명에 그쳤는데 지금은 100명 정도 된다. 하루에 200명 정도 올 때도 있다"며 "예전에는 대기 시간이 15~20분 넘으면 가셨는데 지금은 1시간 넘게도 기다리시더라"고 말했다.

    헌혈의 집 신촌센터 엔하이픈 포토존 에이전시 관계자는 "첫날에는 센터 너머 계단까지 대기줄이 생겼다"며 "사람이 너무 많이 와 현장 대기를 잠시 받지 않기도 했다. 의외로 아버님들이 딸 대신 엔하이픈 굿즈를 받으러 헌혈하러 오시는 분들도 꽤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날 딸 대신 엔하이픈 굿즈를 수령하러 온 어머님도 있었다. 이은정(49) 씨는 "20년 만에 헌혈한다"며 "딸이 고등학교 2학년인데 헌혈 예약까지 대신해줬다. 오랜만에 신촌에 와서 좋고 젊은 사람들이 헌혈에 관심을 가질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고 전했다.

    친구 대신 온 20대도 있었다. 박소은(25) 씨는 "친구 부탁으로 대신 엔하이픈 포토카드를 받으러 왔다"며 "저는 봉사 성과에 적고 친구는 원하는 굿즈를 가질 수 있어서 윈윈이라 흔쾌히 왔다. 요즘 피가 부족한 것도 사실이라 이렇게 헌혈의 집에서 행사하는 건 긍정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반·예약 헌혈 '0명' 기록하는 일반 헌혈의 집

    반면 엔하이픈 프로모션을 진행하지 않는 헌혈의 집은 한산했다. 서울 마포구 동교동에 위치한 헌혈의 집 홍대센터는 오전 10시부터 11시까지 헌혈자가 1명뿐이었다. 대기표를 뽑는 기계 화면에는 '일반 헌혈 0명, 예약 헌혈 0명'이라고 적혀있었다.



    헌혈자가 줄어드는 이유로 대한적십자사는 인구 감소를 꼽았다.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 관계자는 "저출생·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로 중·장기적으로 수혈이 필요한 인구는 증가하는 반면 헌혈 가능 인구는 점차 감소하는 구조적 요인도 헌혈 수급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이후 학교 내 단체 헌혈이 취소되는 등 헌혈 기회가 줄어든 영향도 있다.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학교 내 단체 헌혈이 축소되거나 운영 방식이 변화하면서 과거처럼 학교 헌혈버스를 통해 생애 첫 헌혈을 경험하던 학생들이 헌혈을 접할 기회가 전반적으로 줄어들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통계청에 따르면 연간 헌혈 건수는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약 279만건에서 2021년 260만건으로 급급감했다. 이후 2022년 265만건, 2023년 278만건, 2024년 286만건으로 3년 연속 회복세를 보였다. 다만 헌혈에 1회 이상 참여한 '실인원'은 2022~2024년 133만명에서 126만명으로 줄었다. 헌혈가능인구(16~69세) 중 헌혈에 실제 참여한 이들의 비율인 '실제 국민 헌혈률'은 2014년 4.43%에서 2024년 3.27%로 감소했다.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 관계자는 "엔하이픈 프로모션은 단순 기념품 제공에 그치지 않고 포토존 조성 등 헌혈의 집 공간을 활용한 참여 요소를 더해, 팝업 행사처럼 인식돼 젊은 층의 자발적인 참여를 끌어낸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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