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1월 22일 코스피가 장중 5000선을 넘어섰다. 지수 산출 이후 사상 처음이다. 거대한 변화의 상징적 장면은 이미 예고돼 있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이던 지난해 5월 28일 ‘코스피 5000 시대’를 공약하며 국내 ETF 4000만원어치를 직접 매수했다. 이후 5년간 매월 100만원씩 총 1억원을 ETF에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대통령이 시장에 베팅했다는 점은 상징적이었다. “국장은 못 믿겠다”는 인식을 정면으로 뒤집는 메시지였다.
그가 선택한 상품은 개별 종목이 아니었다.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지수를 추종하는 ETF였다. 결과는 숫자로 증명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이 매수한 코스피200 ETF의 수익률은 1월 21일 기준으로 103%를 넘어섰다. 코스닥150 ETF도 30% 이상 상승했다. 단순 계산으로도 평가 이익은 2700만원을 웃돈다. 대통령실이 지난해 9월 공개한 평가이익(1160만원, 수익률 26.4%)과 비교하면 불과 몇 달 사이 수익률은 급격히 확대됐다.
이 대통령은 “국장 투자의 매력을 높여 부동산 자금을 주식시장으로 이전하겠다”며 “퇴임하는 날까지 1400만 개미 투자자와 함께 코스피 5000을 달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투심은 신중했다. ETF 자금 흐름을 보면 최근 6개월간 가장 많은 자금이 유입된 상품은 미국 S&P500과 나스닥100을 추종하는 ETF였다. 단일 상품 기준 수조원대 자금이 몰렸고 상위권 대부분을 미국 지수형 ETF가 차지했다. 변동성 국면에서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시장, ‘검증된 선택지’로 미국 ETF를 먼저 담은 셈이다.
톱10 중에서 국내 ETF는 3개. 타이거반도체톱10과 코덱스200선물인버스2X, 코덱스200이 각각 5위, 8위, 9위에 올랐다. 자금 기준으로 보면 시장의 신뢰는 여전히 미국 쪽에 더 기울어 있었다.
수익률은 정반대였다. 가장 많은 돈이 들어간 미국 지수 ETF의 수익률은 10%대 중반에 머문 반면 국내 지수·섹터형 ETF는 훨씬 가파르게 뛰었다.

국내 반도체 ETF는 100% 넘는 수익률을 기록했고 코스피200을 추종하는 KODEX200은 65.30% 상승했다. 반대로 지수 하락에 베팅했던 ‘곱버스(인버스 2X)’는 –66.15%를 기록했다. 국장의 명백한 승리이자 ‘국장 불신’이 약해지는 계기이기도 했다.
변화는 ETF 시장의 외형 팽창으로도 확인된다. ETF 순자산 총액은 지난 1월 5일 300조원을 돌파했고 1월 20일에는 327조원을 넘어섰다. 불과 11거래일 만에 27조원 이상 늘었다. 투자자 예탁금도 100조원에 근접했다. 이 기간 기관은 코스피와 코스닥지수를 두 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와 조선·반도체 테마를, 외국인은 코스닥150을 쓸어 담으며 지수의 우상향에 베팅했다.

수익률을 가른 건 어떤 산업의 어느 구간에 베팅했는지였다. 1월 21일 기준으로 최근 6개월간 수익률 상위 10위 안에는 반도체 관련 ETF가 6개나 포함됐다. 글로벌 HBM 수요 확대와 AI 서버 투자 증가라는 테마가 국내 시가총액 최상위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집중되면서 반도체 ETF는 코스피 지수보다 더 빠르게 상승했다.
이 가운데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상품은 글로벌 HBM(고대역폭메모리) 반도체에 집중 투자한 ‘PLUS 글로벌HBM반도체’다. 이 ETF는 마이크론(28.27%), 삼성전자(25.32%), SK하이닉스(23.33%) 등 글로벌 반도체 핵심 기업 10개사에 압축 투자하는 구조다. 반도체 업황 회복이라는 큰 흐름 속에서 메모리 중에서도 HBM이라는 세부 영역을 정조준한 전략이 수익률로 이어졌다.
새해 들어선 로봇 ETF가 존재감을 키웠다. 현대차를 중심으로 자율주행, 휴머노이드, 스마트팩토리 전략이 본격화되면서 로봇은 ‘미래 기술’이 아니라 대형 제조기업의 중장기 성장축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1월 초 열린 CES를 계기로 현대차의 로봇 전략이 구체화되자 ‘KODEX 로봇액티브’의 수익률은 100%를 넘어섰다.
기간을 3개월(1월 21일 기준)로 좁히면 이 흐름은 더욱 분명해진다. 수익률 상위권에는 로봇과 현대차 관련 ETF가 총 6개 포함됐다. SOL 자동차TOP3플러스, KODEX 로봇액티브, KODEX 자동차, TIGER 현대차그룹+펀더멘털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 한 달 사이엔 방산 ETF가 새롭게 상위권에 진입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새해 들어 트럼프발 지정학적 긴장과 방위산업 수주 기대가 맞물리며 글로벌 안보 환경 변화와 국방 예산 확대 기대가 단기 수익률로 반영된 것이다.
코스피 5000 시대, 다음 스텝은 무엇일까. 2025 하반기 베스트 애널리스트인 박승진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지수 전체가 상승하는 탄력보다 특정 산업의 성장세와 정책 모멘텀에 따른 수익률 격차가 벌어지는 차별화 장세가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중 최우선으로 담아야 할 테마는 반도체와 전력인프라다. 2025년까지가 AI 학습을 위한 인프라 구축의 시기였다면 2026년은 기업용 AI 솔루션이 실제 매출로 연결되는 국면이라는 진단이다. 국내에 상장된 ETF 중 KODEX AI전력핵심설비(국내), SOL 미국AI전력인프라(미국), KODEX 미국AI전력핵심인프라(미국 포괄) 등을 추천했다. 우주항공 역시 중장기 유망 섹터로 꼽혔다.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패권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정책과 민간 투자가 동시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은 영역이라는 평가다. 1Q 미국우주항공테크(미국), PLUS 우주항공&UAM(국내) 등이다.
원·달러 환율은 암초다. 박 애널리스트는 1400원대 후반이 저항선으로 인식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주요 저항선 위로 환율이 상승하게 될 경우 달러 수요가 집중되면서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이는 가파른 원화 약세와 시장 붕괴를 야기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같은 테마, 다른 ETF, 다른 수익률
테마를 골랐다고 투자가 끝난 것은 아니다. 어떤 종목을 어떤 비중으로 담았느냐에 따라 성적표는 천차만별이다. 2026년 1월 21일 기준 최근 6개월 수익률 데이터를 통해 본 테마별 투자 기상도다.1. 반도체: ‘압축’이 만든 압도적 1위
반도체 테마 내에서도 수익률 격차는 컸다. 핵심은 ‘HBM(고대역폭메모리)’과 ‘집중도’였다.
PLUS 글로벌HBM반도체(156.95%): 마이크론,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단 3개 종목의 비중이 77%에 달한다. 핵심 기업 10개에 화력을 집중한 결과 전체 수익률 1위를 차지했다.
HANARO Fn K-반도체(112.43%): 소부장을 포함해 21개 종목에 분산 투자했다. 상승장에서는 종목을 압축한 상품의 수익률이 약 44%p 더 높았다.
2. 로봇: ‘액티브’가 ‘패시브’ 압도
로봇 시장에서는 펀드 매니저가 종목을 고르는 액티브 전략이 승리했다.
KODEX 로봇액티브(103.7%): 뉴로메카, 레인보우로보틱스 등 국내 대표 로봇주를 액티브하게 운용하며 세 자릿수 수익률을 기록했다.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상품보다 수익률이 약 26%p 앞서며 변동성이 큰 신산업 테마에서의 운용 역량을 증명했다.
3. 우주항공: ‘국내 중소형주’의 반란
우주항공 섹터는 글로벌 대형주보다 국내 강소기업들에 투자했을 때 더 높은 성과가 났다.
PLUS 우주항공&UAM(64.64%): 쎄트렉아이, 인텔리안테크 등 국내 중소형주 16개에 확대 투자한 전략이 적중했다. 미국 기업 위주로 담은 상품보다 국내 테마형 ETF의 수익률이 1.7배가량 높았다.
4. 방산: ‘대장주’ 비중이 가른 성패
방산 테마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비중이 수익률의 열쇠였다.
SOL K방산(42.05%):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비중을 25.91%까지 높여 국내 방위산업의 수주 모멘텀을 고스란히 수익으로 가져갔다. TIGER 미국방산TOP10(36.96%)은 록히드마틴 등 미국 톱티어 기업에 집중했으나 최근 6개월 성과 면에서는 국내 방산주의 탄력이 더 강했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