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니버설 발레단 수석 무용수 임선우가 발레리노의 꿈을 키운 무대,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로 돌아온다. 어린 빌리를 연기했던 그는 이번에 성인 빌리 역을 맡아 한 편의 성장 드라마를 완성한다.
21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열린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기자간담회에서 빌리 역 아역 배우 네 명과 함께 등장한 임선우는 "16년 전, 빌리 역을 맡았을 때 발레리노가 된다면 성인 빌리 역은 꼭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다"며 "(당시 호흡을 맞춘 성인 빌리 역의) 신현지 선생님 전화를 받고 참여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빌리 엘리어트'는 1980년대 영국 가난한 탄광촌에서 자란 빌리가 우연히 발레를 접하고 발레리노의 꿈을 좇는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2000년 개봉해 아카데미상 후보로 올랐던 동명 영화가 원작이다. 2005년 영국 런던 초연 이후 올리비에상 5개, 토니상 10개를 휩쓸었다. 국내에선 2010년 처음 관객을 만났다.
오는 4월, 5년 만에 돌아오는 네 번째 시즌은 초연 당시 빌리 역을 맡은 임선우가 꿈을 이루고 무대로 귀환한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빌리 엘리어트' 제작사 신시컴퍼니의 박명성 프로듀서는 "그야말로 기적 같은 일"이라며 "작품 속 빌리가 꿈을 이룬 것처럼 현실에서도 그 성장이 증명됐다"고 했다.

임선우는 바쁘게 돌아가는 발레단 스케줄에도 '빌리 엘리어트' 참여를 결정했다. "체력적으로 힘들긴 하겠지만 꼭 참여하고 싶었어요. 지금이 아니면 언제 다시 이런 기회가 올지 모르잖아요. 컨디션 관리를 잘해서 발레단 활동과 '빌리 엘리어트' 공연 모두 좋은 모습으로 보여드리겠습니다."(임선우)
앞서 2024년 9월부터 시작된 세 차례 오디션에선 빌리와 빌리 친구 '마이클' 역 지원자로만 240명이 몰렸다. 16년 전 임선우가 그랬듯, 이번 시즌에도 춤에 대한 열정과 재능이 가득한 빌리들이 무대에 오른다. 김승주(13), 박지후(12), 김우진(11), 조윤우(10)가 그 주인공이다. 빌리는 자격 조건부터 까다롭다. 우선 만 8세에서 12세 사이의 남자아이로, 키는 150cm 이하이며, 변성기가 아직 오지 않은 상태여야 한다. 여기에 발레와 연기는 기본, 탭댄스와 아크로바틱까지 섭렵한 아이들만이 최종 무대에 오를 수 있다.
빌리들은 태릉훈련소 못지 않은 고강도 트레이닝을 받는다. 오디션 통과 이후 지난 1년간 주 6일, 하루 6시간 동안 진행되는 빌리스쿨을 거쳤다. "가장 힘든 건 탭댄스인데 속 안에서 피맛이 나고 다리가 움직이지 않아요. 그런데 재밌어요. 더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조윤우) "다양한 춤을 배우고 있는데 제각각 모두 어려웠어요. 발레는 섬세하고 유연하고 정교하게 해야 하고, 탭댄스는 리듬과 스탭을 정확하게 맞춰야 하고, 아크로바틱은 겁을 깨야 하는 게 어려운 것 같아요."(김승주)

친구들과 어울리거나 학원에 가 있을 나이에 오롯이 춤에 몰두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춤을 출 때 가장 행복하다고 입을 모은다. "춤을 추는 순간만큼은 힘듦과 스트레스, 아픔을 잊고 진정한 행복을 찾는 것 같아요."(박지후) "가장 좋아하는 발레를 출 때 심장이 뛰어요. 발레 음악과 동작이 맞으면 심장에서 폭죽이 팡 터지듯이 터지거든요. 꼭 불꽃놀이 같아요."(김우진)
임선우는 아역 빌리들에게 선배로서, 형으로서 조언을 전했다. "빌리가 된 게 '행운아'라고 생각해도 될 정도로 자부심을 가져도 돼요. 공연이 끝나면 각자 새로운 길을 걷게 될 텐데, 자신이 빌리였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끝까지 꿈을 포기하지 않는 빌리처럼 힘든 시기가 찾아왔을 때 잘 이겨내면 좋겠어요."
이번 공연은 4월 12일부터 7월 26일까지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우리은행홀에서 열린다.
허세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