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중고거래 시장이 국경과 세대를 넘어 하나의 '글로벌 문화 현상'으로 진화하고 있다. 지구 반대편 파라과이에서 K팝 굿즈를 구입하고, 70대와 20대가 빈티지 명품을 거래하는 등 리커머스가 단순한 중고 매매를 넘어 취향을 연결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번개장터는 지난 1년간 거래 데이터를 분석한 '2025 세컨핸드 리포트'를 발표했다. 이번 리포트는 국내사용자 뿐 아니라 번장 글로벌을 이용한 글로벌 사용자들의 거래데이터까지 분석 범위에 포함했다.
시리아로 간 페이커 카드… 전 세계 200개국 ‘K-중고품’ 열광
지난해 번개장터 글로벌은 월간 활성 사용자(MAU)가 735% 증가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거래 건수도 전년 대비 280% 성장하며 글로벌 거래를 확대했다.실제 거래 사례를 보면 거리의 장벽이 무너졌음을 알 수 있다. 한국에서 약 7800km 떨어진 시리아로 프로게이머 '페이커'의 포토카드가 판매됐고, 1만 3000km 거리의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는 K-뷰티 기기가 배송됐다. 약 1만 9000km 떨어진 파라과이에서도 BTS 굿즈 거래가 성사됐다. 특히 글로니, 쓰리타임즈 등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가 글로벌 여성의류 거래 상위권에 오르며 패션 역직구를 주도했다.
'세대 초월' 거래…제주서 강원까지 취향 따라 574km 이동
국내에서는 거리와 나이를 잊은 '취향 중심' 거래가 돋보였다. 제주 서귀포와 강원 양구 사이 574km를 가로질러 아델(Adele) LP가 거래되는 등 원하는 물건을 위해서라면 전국 단위 탐색을 마다하지 않는 유저들의 ‘취향 중심적 이동’이 두드러졌다.세대 간 소통도 눈에 띈다. 76세 판매자가 29세 구매자에게 루이비통 가방을 판매하거나, 25세 판매자가 73세 구매자에게 빈티지 롤렉스를 판매하는 등 최대 50년의 연령 차를 극복한 거래가 꾸준히 발생했다. 이는 중고거래가 경제적 이득을 넘어 '득템의 경험'이자 일종의 놀이로 즐기는 문화가 정착된 결과로 풀이된다.
출근길엔 '스피드 쇼핑', 장마 끝나면 '러닝화' 검색
이용자들의 구매 결정이 가장 빠른 시간대는 평일 오전 7시~10시 출근 시간대였다. 이 시간에는 닌텐도, 아이폰 등 시세 비교가 명확한 IT 기기를 중심으로 망설임 없는 쇼핑이 집중됐다.날씨와 셀럽은 소비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6월 말 장마가 종료되자마자 야외 활동을 위한 러닝화 검색량이 전주 대비 469% 급증했다. 또한 가수 제니가 착용한 특정 브랜드(투머치택스)의 거래량은 착용 전후로 438% 급증하며 실시간 트렌드 반응 속도를 보여줬다.
번개장터 관계자는 "새 상품에 집착하지 않는 젊은 세대는 리커머스 리터러시, 소비비용을 회수하고 새로운 소비로 연결하는 순환형 소비에 영민한 것이 특징"이라며 "앞으로도 국경과 언어를 뛰어넘어 쉽고 빠르게 원하는 물건을 찾아 시세를 확인하고 안전하게 결제할 수 있는 K-리커머스 플랫폼으로서 사용자 경험 고도화 노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