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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7년 완전자율주행자동차의 상용화를 앞둔 우리나라에 충격적인 메시지를 던진 사건이 작년 12월 미국에서 발생하였다. 2025년 12월 20일 샌프란시스코의 대규모 정전 사태로 신호등은 꺼지고 웨이모(Waymo)는 멈췄지만, 정전사태는 그동안 조명되지 못하던 법적 쟁점을 오히려 선명하게 부각시켰다. 자율주행자동차의 사고책임은 개인(운행자)이나 개별 기업(제작사, AI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교통신호, 관제시스템 등 자율주행 생태계 전체의 체계 리스크이며, 자율주행차의 상용화는 기술만으로 완성되지 않고 새로운 법제(보험)와 결합될 때 완성될 수 있다는 점이다.
레벨 3 이하 운행자 단일 책임에 머무른 법제
자율주행 기술은 새로운 위험과 새로운 손해 유형을 만든다. 새로운 기술이 새로운 위험을 낳고, 그 위험이 새로운 책임 규칙을 만들며, 그 책임 규칙은 다시 보험체계를 재편하는 순환적 구조를 낳는다. 이러한 순환 구조가 레벨 4 완전자율주행차에서는 복합적, 중층적으로 나타남에도 불구하고 이를 포섭하는 법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술은 기술적으로 완성 단계이나 이를 담을 새 부대는 준비되지 못한 상황이다.자동차 운행의 사고책임에 대한 기본적인 규율을 하는 법은 자동차손배법이다. 그러나 자동차손배법은 “자기를 위하여 자동차를 운행하는 자(운행자)”의 무과실책임을 원칙으로 하는 규정을 둘 뿐(제3조 본문), 새로운 기술이 낳은 새로운 위험과 책임 즉 운송업자, 제조사, AI사를 비롯하여 교통 인프라, 관제센터가 낳은 위험과 책임에 대한 규정은 없다.
자동차손배법의 목적은 ‘자동차의 운행으로 사람이 사망 또는 부상하거나 재물이 멸실 또는 훼손된 경우에 손해배상을 보장하는 제도를 확립하여 피해자를 보호하고, 자동차사고로 인한 사회적 손실을 방지함으로써 자동차운송의 건전한 발전을 촉진’하는 것인데, 레벨 2, 3의 법제로 레벨 4 이상의 자율주행차에 대해 위 목적을 달성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자율주행자동차법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은데, 자율주행 정의 및 시범운행·사고조사체계에 대한 근거 규정은 존재하지만, 자율주행 단계별 민사책임 배분 특히 완전자율주행차 사고시의 복합적 책임 구조나 분담에 대한 명시적인 규정은 없다는 점은 자동차손배법과 유사하다.
자율주행자동차법의 목적은 ‘자율주행자동차의 도입ㆍ확산과 안전한 운행을 위한 운행기반 조성 및 지원 등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여 자율주행자동차의 상용화를 촉진하고 지원함으로써 국민의 생활환경 개선과 국가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함’인데, 이 목적 조항을 기술 차원에 한정해 해석할 이유는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오히려 사고발생시의 다층적 책임주체 및 책임분담에 대해서는 새로운 규정을 도입하여 위 목적을 자율주행 수준별로 다층적으로 실현할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외에도 제조물책임법 또는 민법에 대한 규정을 검토할 수도 있고 관련된 논의들도 존재하나, 입법과 제도 차원에서 앞선 법률들과의 체계적인 검토나 정비는 되지 못한 상태로 보인다.

보험 제도 정비, 자율주행 생태계 혁신 위한 방파제
기술-위험-책임-보험의 순환적 구조가 지속 가능하려면 결국 책임주체 및 책임입증의 문제에 더하여 복합책임을 다층적으로 분배, 분담하는 보험 관련 법제 또는 제도가 정비되어야 한다. 보험 관련 법제가 단순한 금전적 가치가 아니라 자율주행차 산업 전체를 안전하게 확산시키는 방파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즉, 디지털 위험(알고리즘 오류, 데이터 편향, 사이버 리스크)은 기존 보험 규칙만으로는 처리하기 어려우므로 보험 자체가 기술 변화에 맞추어 재구성될 필요가 있다. 가령 자동차 운행자 외에 자율주행 시스템 운영자, 자율주행차 제조사, 소프웨어 제공사, 교통 인프라 및 관제센터 등 책임구조별 복합책임에 부합하는 복합보험의 설계가 가능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복합책임 법제(보험)의 역할은 ‘윤리’(옮고 그름에 대한 등불)가 아닌 자율주행 생태계와 사회의 지속적 혁신을 위한 ‘방파제’(불확실성의 제거 및 안전 보장)이다. 사고책임을 기술의 문제(‘윤리’)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체계위험의 복합적, 다층적 위험 분배(‘방파제’) 설계로 관점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샌프란시스코 정전 사태가 던진 교훈은 자율주행 기술이 완전해야 한다거나 사고가 나서는 안 된다가 아니라 지속적인 기술 혁신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위험에 대하여 그 책임을 어떻게 분배하고 보험으로 제도화할 것인가이다.

자율주행자동차의 상용화를 위한 마지막 '골든 타임'
완전자율주행차의 상용화와 관련 자율주행 산업의 스케일업을 위한 복합책임에 대한 법제(보험) 정비가 절실하다. 산업이 원하는 것은 예측가능성이다. 복합 책임주체들 중 1차적인 책임 주체를 자율주행 레벨별로 누구로 하느냐, 그리고 그 책임부담 범위나 구상 여부 및 관련 보험 법제를 어떻게 구성할 것이냐는 그 내용 못지 않게 ‘타이밍’이 중요하다. 필자는 2025. 7. 21. 자율주행자동차의 상용화를 위하여 사고책임 및 개인정보 관련 법제 정비가 필요하다는 칼럼을 게재하였다. 이후 국회에서는 연구 목적의 자율주행차에 대해서는 개인정보보호법의 특례를 두는 등의 법 개정이 진행 중이어서 다행이나, 사고책임 법제와 보험 관련한 입법 및 제도화는 이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자율주행차 법제는 윤리적 등불이 아니라 산업생태계를 위한 방파제이며, 단일 책임·보험에서 복합 책임·보험으로의 전환이 자율주행차 상용화의 관건이다. 이를 통해 규제 신뢰성과 보험 가능성을 동시에 창출하고 자율주행 서비스의 규제 불확실성을 해소해 스케일업 비용을 대폭 낮춤으로써 우리 사회의 자율주행자동차 생태계는 멈춰서지 않고 지속적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상용화와 스케일업을 위한 마지막 골든 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
